제 2장 : 「하얀 번개」
※ 이 글은 열전마의 현역 당시 마령 표기에 따라 구 연령(세는 나이) 표기를 사용합니다.
『새로운 시작』
나루오 기념을 승리한 것으로 중상 위너의 그룹에 들어가게 된 타마모 크로스에 대해서는
「아리마 기념에 간다면 어떨까」
라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후지모리 특별을 이긴 후에도 킷카상 도전이라는 플랜에 대해 말이 나왔지만, 연투가 되는 부분도 있어 그다지 검토되지 않고 선택지에서 제외되었다. 하지만 이때는 다르다. 적어도 마주는 할 마음이 들었다.
「아리마 기념에 출주해주었으면 한다」
그런 희망을 포기하도록 설득한 것은 오바라 조교사였다.
「저도 그럴 수 있다면 그러고 싶습니다. 하지만, 눈앞의 욕심에 사로잡혀 말을 못쓰게 되어 버린다면,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닙니다...」
오바라 조교사가 마음에 둔 것은, 애초부터 여물을 잘 먹지 못한 타마모 크로스인데, 나루오 기념 후에는 더욱이 먹는 여물의 양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었다. 가을 이후로 편하다고는 할 수 없는 로테이션으로 달리고 있는 타마모 크로스에게, 이 상태로 고마를 포함한 경마계의 정점이 되는 레이스를 달리게 하는 것은 너무나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마주도 오바라 조교사의 의견을 듣고 승낙했지만, 그 대신에 오바라 조교사가 연초에 처음으로 달리게 하려고 했던 닛케이 신춘배(G2)가 아니라, 교토 금배(G3)를 나가달라고 요청했다.
「연초에 중상을 이겨야 운수가 좋으니까...」
그런 이유였지만, 오바라 조교사도 무리하게 말한다면 강행할 수 있는 아리마 기념을 포기해 준 마주의 마음을 생각해 승낙하기로 했다. 이렇게 타마모 크로스는 1988년 중앙 경마의 시작을 알리는 전통의 레이스·교토 금배에 출주하게 되었다.
『갈망받는 자』
그런 무대 뒤의 이야기는 차치하고, 전년도의 가을 이후로 파죽의 3연승, 그것도 7마신 차, 8마신 차, 6마신 차라는 압승의 압승에, 끝내는 중상 제패도 장식한 타마모 크로스에 대해 팬들은 새로운 명마의 탄생을 예감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타마모 크로스에 대한 기대의 배경에는 당시 경마계를 뒤덮었던 어두운 그림자의 영향이 있던 것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중앙 경마에서는 1984년 그레이드 제도가 도입되어, 마침내 현대 경마의 원형이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그런 시대의 변화에 걸맞게, 1983년부터 1985년에 걸쳐 중앙 경마에서는 유례없는 「스타 호스의 시대」를 맞이했다. 1983년에는 신잔 이래 19년 만의 수말 클래식 삼관을 달성한 미스터 시비, 1984년에는 무패로 클래식 삼관을 제패한 심볼리 루돌프라는 두 마리의 삼관마가 잇따라 나타나, 그해 말부터 경마계는 전무후무한 「삼관마 대결」로 열광했다. 또, 그 삼관마 대결이 처음으로 실현된 재팬 컵(G1)을 제패하고, 일본마 비원의 재팬 컵 제패를 이뤄낸 것은 미스터 시비와 같은 세대인 만성의 명마·카츠라기 에이스였다. 게다가 그레이드 제도 도입과 함께 정비된 단거리계에서도, 마치 시대가 불러들인 것처럼 니혼 필로 위너라는 역사적인 명마가 출현했다. 차례차례 나타나는 명마들이 자아내는 격돌의 드라마에, 당시의 팬들은 더없는 행복의 시간을 맛본 것이다.
하지만 그런 스타 호스의 시대를 지탱했던 명마들이 차례로 잔디를 떠난 86년 이후는, 행복의 시대의 반동이 온 것처럼 경마계는 스타 호스 부재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1985년 2관마로, 동년도의 아리마 기념에서도 심볼리 루돌프에 이은 2착으로 들어와 절대 황제의 후계자로 기대받은 미호 신잔은 고마가 된 뒤에는 이기지 못하는 레이스가 계속되며, 이전의 빛을 잃고 말았다. 86년 수말 클래식 전선에서는 삼관 레이스 승리마가 모두 달랐던 데다가, 빠르게 은퇴하거나, 성적이 안정되지 않아 그 승리마들은 스타 호스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불완전한 성적만을 남겼다. 같은 해에 암말 삼관을 달성한 메지로 라모누도, 같은 해의 아리마 기념에서 참패하고 그대로 은퇴하고 말았다. ...이 시대에 싸운 서러브레드들은 명마에 익숙해져 눈이 높아진 당시의 팬들을 납득시키는 성과를 좀처럼 거두지 못했다.
그럼에도 1987년 중앙 경마에는 마침내 명마 후보생이 탄생하려 하고 있었다. 같은 해의 사츠키상(G1)을 제패한 뒤 각부 불안이 발병해 반년의 휴양을 강요 받으면서, 별안간 본방에 출주해 킷카상(G1)을 승리한 사쿠라 스타 오다. 시즈나이가 자랑하는 명문·후지와라 목장에서 양쪽 다 일본에서 달렸던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또한 출생 직후에 어머니를 잃어 목장주, 그리고 일본 경마사에 남는 명암말인 증조모에게 「키워진」 그는 그 극적인 혈통, 생애, 성적, 그리고 그를 키운 목장주, 증조모 모두 그의 활약을 보지 못하고 떠났다...라는 슬픈 에피소드도 있어, 주목과 인기를 모으며 경마계의 차세대를 담당하는 명마가 될 것이라 기대받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쿠라 스타 오는 1987년의 아리마 기념... 미노 씨가 타마모 크로스의 출주를 원했던 레이스 중에 치명적인 고장이 발생해, 경주 생명을 잃고 맗았다. 그 후, 사경을 헤메이는 투병생활에 들어간 사쿠라 스타 오는 필사적인 치료조차 허망하게, 5개월 뒤 짧은 생을 마치게 된다.
타마모 크로스가 출주한 교토 금배 당시, 경마계는 사쿠라 스타 오의 비극으로 인한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사쿠라 스타 오의 고장으로 만들어진 경마계 전체의 침체된 분위기와, 세력도 한가운데에 뻥 뚫린 크나큰 공백... 팬들은 침체된 분위기를 떨쳐내고, 무참히 뚫린 구멍을 메울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갈망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주목한 것은, 전년도 가을에 사쿠라 스타 오와 완전히 다른 길도 쾌진격을 개시한 타마모 크로스였다... 스타 호스의 탄생을 갈망하는 경마계 속에서, 1988년 시작과 함께 잔디에 모습을 드러낸 타마모 크로스에게 주목이 모인 것은 우연이 아닌, 오히려 필연이었던 것이다.
『1번 인기, 가장 뒤쪽』
그런데, 타마모 크로스의 1988년의 개막전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되고 말았다. 스타트 직후부터 가속이 붙지 않았던 타마모 크로스는, 돌연 최후방에서의 경마를 강요받게 되었다. 단승 220엔의 1번 인기가 보여주는 의외의 모습에 스탠드는 술렁거렸다.
술렁거린 것은 스탠드만이 아니다. 미나이 기수도, 이날은 중단에서의 경마를 노리고 있었다. 스타트에서 대응이 늦은 미나이 기수는 좀 더 앞쪽에 붙기 위해 몇 번이고 노력했지만, 타마모 크로스는 전혀 응할 기색이 없었다. 조건마 시절에는 억눌러도 나가버리는 쪽이었던 타마모 크로스가, 이런 경마를 하다니.
미나이 기수는 너무나도 쫓아가는 반응이 둔해, 정면 맞은편에서 한 번,
「이제 됐어, 될 대로 되라지」
라며 레이스를 포기해버렸다. 「파이터」라 불리는 미나이 기수조차 이 꼴이다. 하물며 일반 팬들이 어디에서 역전의 승기를 찾아낼 수 있을까.
「연승도 여기까지인가...」
팬들, 그리고 미나이 기수의 절망처럼, 제 4코너 직전의 타마모 크로스의 위치는 16마리 중 16번째였다. 게다가 앞에는 몇 겹이고 말의 벽이 만들어져 있어, 직선으로 들어가도 좀처럼 빠져나갈 수가 없다. 오바라 조교사는 이 상황을 보고
「오늘은 게시판에도 못 들겠네...」
라고 한탄했다. ...기적이 일어난 것은,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 직후였다.
『하얀 기적』
직선에 들어가고 곧바로, 그때까지 벽이 되어있던 타마모 크로스의 전방에 약간의 빈틈이 생겼다. 그러자 잠들어 있을 터였던 타마모 크로스는 돌연 눈을 떴다. 그 약간의 공간에 마체를 억지로 밀어넣자, 이번에는 마군을 뚫고 나가듯이 무시무시한 진출을 개시한 것이다.
최후방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타마모 크로스에게 절망하고 있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타마모 크로스의 움직임을 눈치채도, 먼저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데서, 닿겠냐고...」
제 4코너에서 가장 뒤라는 위치에서, 그것도 직선이 길고 넓은 후추라면 몰라도 직선이 300m가 조금 넘는 교토에서, 게다가 앞에 벽이 있던 상태라는 직선 공방에서의 돌입. 아무리 그래도 너무 늦는다는 것이 상식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회의는 곧 경악으로 바뀌었다. 말의 벽 속에서 솜씨 좋게 안을 뚫고 진출하는 타마모 크로스의 말각은,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잴 수 없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번개. 그렇게 부를 수밖에 없는 날카로움은, 직선의 공방만으로 다른 15마리의 출주마를 전부 찢어발기며 물리친 것이다.
타마모 크로스는, 할로우 포인트에게 3/4마신차를 벌리며 골 인 했다. 착차는 미승리전의 목차에 이어 두 번째로 작은 차이였지만, 그 승리가 남긴 선명함과 강렬함은 눈부셨다.
「대단하네요. 제 4코너에서도 졌다고 생각했어요. 설마 닿을 줄이야...」
이것은, 미나이 기수의 코멘트다. 그는 타마모 크로스라는 말에 대해
「이 무렵부터, 타마모 크로스는 경마라는 것을 알게 됐다」
고 말하고 있다. 처음에는 경마라는 것을 모르고, 정신없이 달릴 뿐이었던 타마모 크로스가 이 시기부터 「골에서 선두에 선다」는 달리기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 과거에는 낙마했을 때의 공포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할 수 없었던 마군 속에서의 경마도, 마침내 할 수 있게 되었다. 압도적인 말각에 더해 경마라는 것을 알게 되며, 자기 자신을 제어할 수 있게 된 타마모 크로스는 마침내 경주마로서의 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적어도 관서를 짊어지고 일어서는 말이 되었으면 한다...」
오바라 조교사의 코멘트는, 타마모 크로스에게 걸려있는 관서 팬들의 기대를 대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에게 걸린 것은 관서의 기대만이 아니다. 사쿠라 스타 오의 비극으로 인한 침체를 떨쳐내고, 중앙 경마의 신시대를 쌓아 올리는 것―그것이 타마모 크로스에게 부여된 사명이었다. 적어도 이 시점에서는 상당히 많은 팬들이, 반년 전까지 400만 이하에서 헤메이고 있던 타마모 크로스에게 그 사명을 실현할 힘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현실을, 늦게나마 눈치채기 시작하고 있었다.
※ 모든 열전은 원작자의 허락 하에 번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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