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열전마의 현역 당시 마령 표기에 따라 구 연령(세는 나이) 표기를 사용합니다)
본문 내 왕자라는 단어는 왕의 아들의 왕자(王子)가 아닌 왕자(王者)로, 그 분야의 가장 뛰어난 자를 말합니다.
『놓치다』
이렇게 킷카상마가 된 라이스 샤워는 미호노 부르봉이 떠난 뒤, 4세 세대의 대표라는 지위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이 후 왕도를 가지 않는 것이 라이스 샤워가 라이스 샤워인 이유일까.
킷카상(G1) 후 연말의 아리마 기념(G1)에 출주한 라이스 샤워는 8착으로 참패했다. 이 날 마토바 기수가 최대의 강적으로 마크했던 것은 지난 재팬 컵(국제G1)에서 강렬한 부활을 이뤄낸 토카이 테이오였지만, 그 토카이 테이오가 무참하게도 마군 속으로 가라앉아 그에 따라 마토바 기수도 완전히 타이밍을 놓쳐버린 것이다.
레이스 후 마토바 기수는 패인은 자신의 미스라고 인정하며 말을 감쌌다. 단지 마토바 기수가 타이밍을 놓쳤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이 정도의 대패를 설명하기 어렵다. 그 배경에는 역시 라이스 샤워 자신이 킷카상에서의 격렬했던 달리기의 피로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도 있을 것이다. 라이스 샤워는 매 레이스마다 몸이 망가질 정도로 계속해서 달리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레이스 후의 피로도 크고 어떤 레이스에서도 안정된 착순을 남길 수 있는 타입은 아니었다.
『아득히 먼 곳을』
해가 밝아 5세가 된 라이스 샤워는, 잠시 휴양을 떠난 뒤 메구로 기념(G2)로 실전에 복귀하고, 그 후 닛케이상(G2)에서 천황상·봄(G1)으로 나아가는 로테이션을 짰다. 메구로 기념은 당시에는 아직 추위가 심한 2월에 개최된 데다, 핸디캡 레이스였기 때문에 킷카상마 정도가 되면 무거운 근량을 짊어지게 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라이스 샤워 급의 말이 출주하는 일은 없다.
그러나 이즈카 조교사는 천황상·봄에서 고마 전선에 군림하는 최강의 왕자, 아마도 미호노 부르봉을 능가하는 강적이 될 어떤 말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지금의 라이스 샤워로는 아직 힘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즈카 조교사는 구태여 불리한 조건에서 싸우게 해, 라이스 샤워를 심신 모두 한층 더 단련시키려고 한 것이다.
이즈카 조교사와 마찬가지로 마토바 기수도 라이스 샤워를 더 강하게 만들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킷카상에서는 광기의 도주로 미호노 부르봉을 교란했던 쿄에이 보우건의 도움을 받은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된다. 마토바 기수가 라이스 샤워에게 요구한 것은 스스로 승리하러 가고, 그리고 그대로 승리하는, 그런 절대적인 실력을 몸에 익히는 것이었다.
라이스 샤워는 메구로 기념에서는 59kg을 짊어지고, 승부처에서 스스로 움직이는 혹독한 경마 끝에 마치카네 탄호이저에게 2착으로 배패했다. 하지만 이즈카 조교사도 마토바 기수도 눈앞의 패배에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이 보고 있던 것은, 아득히 먼 곳이었다.
『뇌동』
이어지는 닛케이상에서도, G1급 말의 출주가 없어 상대의 약함은 있었지만, 마토바 기수는 그래도 빠르게 스스로 움직여, 적극적으로 승리를 빼앗으러 갔다. 이번에야말로 후속을 2마신 반 뿌리치며 쾌승한 라이스 샤워는, 천황상·봄을 향해 순조로운 성과를 보였다.
라이스 샤워는 이처럼 이즈카 조교사, 그리고 마토바 기수의 기대에 부응하며 충실함이라는 외길을 나아갔다. 그러나 그들이 목표로 했던 천황상·봄에서 1번 인기로 지지받은 것은, 역시나 라이스 샤워가 아니었다. 당시 경마계에는 이즈카 조교사, 마토바 기수, 그리고 당시의 모든 호스맨들이 경외하고, 그리고 우러러보던 절대적인 왕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왕자의 이름은, 메지로 맥퀸이라 한다.
『왕자』
메지로 맥퀸. 일본 유수의 오너 브리더인 메지로 목장이 배출한 최고의 걸작. 4세 때 킷카상 제패, 그리고 5세, 6세 때 천황상·봄 연패를 달성해 조부 메지로 아사마, 부 메지로 티탄에 이어 천황상 3대 제패의 위업을 달성한 명마 중의 명마다. 앞서 예시로 든 승리로 봤을 때는 스테이어로서의 모습이 상상되지만, 이 말은 5세 때에 천황상·가을에서 후속을 6마신차로 따돌리며 1착을 달성해(다른 말의 진로 방해로 인한 18착 강착), 스피드와 스태미나를 겸비한 거리 불문의 명마였다.
메지로 맥퀸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천황상·봄 연패를 달성했지만, 그 후 골절로 장기 휴양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1년 가까운 공백을 극복하고 산케이 오사카배(G2)에서 복귀하고, 그 공백은 없었던 것처럼 순식간에 5마신차의 레코드로 압승. 왕자 건재를 세상에 널리 알렸던 것이다. 부활한 왕자가 다음으로 노리는 것은 당연하게도 전인미답의 천황상·봄 3연패, 그야말로 하늘을 손에 쥐는 패업뿐이었다.
또 기록과 야망에 거는 것은, 메지로 맥퀸뿐만이 아니었다. 메지로 맥퀸의 기수인 타케 유타카 기수는 1991년, 1992년 메지로 맥퀸과 천황상·봄에서 승리했을뿐만 아니라 1989년에는 이나리 원, 1990년에도 슈퍼 크릭과 천황상·봄을 승리했다. 그 강함에 「헤이세이의 방패남*」이라 불린 타케 기수에게 있어, 이 해는 천황상·봄 5연패를 건 싸움이었다. (천황상의 상패는 나무 방패 모양.)
노련한 왕자와 젊은 천재. 이 절대적인 콤비에게 있어, 천황상·봄의 무대가 되는 교토 잔디 3200m는 가장 특기로 하는 전장이며, 사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라이스 샤워는 이 최강의 적에게 도전해야만 했던 것이다.
『귀신이 되려는 자』
하지만 라이스 샤워 진영에게는, 강적에 대한 경외심은 있어도 승부에 대한 포기는 없었다. 최강의 적을 쓰러뜨리지 않고서야 뭐가 최강마인가. 이 싸움도 최강을 노리는 서러브레드의 숙명과 함께 살아가는 라이스 샤워에게 있어 어떻게든 넘어야만 하는 벽이었다.
이즈카 조교사는 라이스 샤워가 이길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킷카상 이상의 하드 트레이닝을 했다.
「무서운 건 고장뿐」
그렇게 말하면서도, 메지로 맥퀸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듯이 연일 라이스 샤워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고장에 질 정도라면, 왕자에게는 이길 수 없다」
그렇게 말할 정도의 혹독한 조교였지만, 라이스 샤워도 있는 힘껏 응했다. 작고 검은 마체는, 한 번 몰아붙혀질 때마다 단단해지고, 검은 빛을 한층 더해갔다.
이 시기의 라이스 샤워에 대해, 마토바 기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마치 말을 탄 게 아니라 맹수와 같은, 말이 아닌 다른 생물을 타고 있는 것 같았다. 어설프게 화나게 만들면 손가락이나 발을 물어뜯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는 눈이었다.」
「마치 사냥감을 눈여겨보는 듯한 눈을 하고 있어서, 말이란 이렇게 무서운 생물이었구나, 하고 생각했지」
마치 자신이 쓰러뜨려야 할 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싸움만을 응시하고 있던 라이스 샤워는, 어쩌면 이때 경주마로서의 절정기를 맞이하려고 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 모든 열전은 원작자의 허락 하에 번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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