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열전마의 현역 당시 마령 표기에 따라 구 연령(세는 나이) 표기를 사용합니다)
『귀신이 살고있는 전장』
천황상·봄 당일, 교토 경마장에 모습을 드러낸 왕자(王者) 메지로 맥퀸을 맞이한 것은 대관중의 환호였다. 전년도의 킷카상에서 미호노 부르봉에게서 보았던 무패 삼관마의 꿈이 부서졌던 관서의 팬들에게, 천황상·봄 3연패를 노리는 메지로 맥퀸은 부서진 꿈 못지않은 희망이었다. 패독, 본마장 입장, 그리고 워밍업. 단승 160엔이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메지로 맥퀸에게 쏟아지는, 레이스가 다가올 때마다 한층 더해지는 엄청난 성원은 그야말로 천황상·봄 3연패, 타케 기수의 천황상·봄 5연패를 미리 축하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게이트 진입 단계에서 예상치 못한 트러블이 일어났다. 15마리의 출주마 중 한 마리가, 게이트 진입을 하기 싫어했던 것이다. 그 한 마리만이 밀어도, 쳐도 게이트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 영향으로 출발 시간이 3분 정도 늦어지고 말았다.
경주마가 레이스 직전에 게이트 진입을 싫어하는 것 자체는 경마 전체로 보면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경험이 적은 망아지나, 조건전에 그치는 수준의 이야기이며 고마의 최고봉을 정하는 천황상·봄에서 이런 사태가 일어난다는 것은 중대한 사태였다. G1급의 말이라면 강한 정신력과 백전연마의 경험을 겸비하고 있고, 그런 추태를 보이는 일은 드물며, 또한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하물며 그 한 마리가 메지로 맥퀸이라는 사태를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혹은 백전연마의 경험을 가진 왕자는, 비할 데 없는 영리함을 지녔기 때문에, 감지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 날 적이 되는 말 중에 한 마리 맹수와 같은 눈으로 자신만을 응시하고 있는 귀신이 있다는 것을.
단승 520엔의 2번 인기에 그친 라이스 샤워와 마토바 기수는, 그런 트러블이 있어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저 조용히 싸움을 기다렸다. 팬들을 놀라게 한 지난 레이스 대비 -12kg의 마체중도, 완벽하게 보였던 킷카상 때를 더욱 뛰어넘는 궁극의 완성의 결과임이 틀림없다. 당일 라이스 샤워를 본 이즈카 조교사도 「이건 굉장하다」 라고 몸을 떨었던 그 육체와 투지는 반 년 전에 미호노 부르봉을 꺾었던 것과 같은 무대에서, 왕자와의 결전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어둠 속의 고요한 물처럼, 이루 표현할 수 없는 살기를 띠고 있었다.
『적은 단 한 마리』
메지로 맥퀸의 특색은 스타트 직후부터 호위(好位)* 중에서도 특히 앞쪽, 언제라도 선두를 노릴 수 있는 위치에 붙어 승부처에서 선두에 서고, 결코 추월당하는 일 없이 골로 향하는 경마다. (* 선두 바로 뒤의 집단.) 게이트를 꺼리는 말은 스타트에서 늦는 일도 많지만, 역시 메지로 맥퀸일까. 발주 때의 트러블은 없었던 것처럼 2번째에 위치하고, 레이스를 이끌어 가는 메지로 파머를 앞에 두고 자신은 호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 뒤에 바싹 붙이는 형태로 라이스 샤워도 호위에 위치했다. 단순히 앞쪽에 있는 것만이 아니다. 메지로 맥퀸을 보고 움직일 수 있고, 여기에 압도적 1번 인기를 짊어진 메지로 맥퀸에게 무언중에 또 다른 압력을 가한다는 의미에서도 그 위치는 가장 좋은 위치였다.
『다시금 요도의 언덕을 넘어』
레이스는 메지로 파머가 대도주를 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메지로 파머도 메지로 맥퀸이 부재였다고 해도, 전년도의 타카라즈카 기념, 아리마 기념이라는 그랑프리를 도주해 연패한 노련한 도주마이다. 메지로 파머가 이끈 페이스는 다른 말이 승부를 거는 곳을 틀린다면 그대로 도주해버리는 절묘한 페이스였다.
무엇보다 교토 경마장에 한해서도 8번째 레이스가 되는 메지로 맥퀸, 그리고 관서를 본거지로 하며 「천재」라 불린 타케 유타카 기수도, 교토의 싸움법은 숙지하고 있었다. 「천천히 올라가고, 천천히 내려간다」가 원칙이 된 교토의 언덕이지만, 타케 유타카 기수는 오르막길에서 점차 페이스를 높이며 메지로 파머와의 간격을 좁히러 간다.
하지만, 메지로 맥퀸의 움직임을 보고 그때까지 호시탐탐 타이밍을 살피고 있던 칠흑의 말도 움직였다. 미호노 부르봉을 찌른 자객이, 왕자에게 압력을 가하며 올라간 것이다.
길고 괴로운 요도의 오르막길을 다 올라갔다 하더라도, 그 끝에 무정하게 기다리고 있는 내리막길은 긴 구간에 지친 말들에게서 더욱 스태미나를 빼앗아 간다. 그 내리막길에서 라이스 샤워는 무리하게 움직였다. 요더의 언덕을 넘은 그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과연 어떠한 운명인 것일까.
『거성, 추락하다』
길고 긴 언덕을 넘어 제 4코너를 돌았을 때도, 선두는 역시 메지로 파머였다. 그랑프리 연패 도주마는, 아직 여력을 남겨놓고 있던 것이다. 도중에 이 말을 붙잡기 위해 올라온 메지로 맥퀸도 마침내 나란히 달리려고 하지만, 메지로 파머의 스태미나도 심상치 않아 격렬하게 경쟁하며, 서로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두 마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 바깥을 총알처럼 달려나가는 말이 또 한 마리 나타났다.
교토 경마장에 또다시 비명이 터져 나온다.
「또, 또 그 말인가!?」
472kg의 메지로 파머, 500kg의 메지로 맥퀸을 제치고 나간 검은 그림자는 고작 430kg의 라이스 샤워였다. 게다가 기세가 전혀 다르다. 메지로 맥퀸은 최강의 왕자가 아니었던가. 그것도 가장 특기일 터인 교토 잔디 3200m에서 메지로 맥퀸이 패하는 일이, 있어도 괜찮은 것인가?
메지로 맥퀸도 천황상·봄 3연패의 야망을 걸고 힘껏 버텼다. 아니, 버티려고 노력은 했다. 하지만 메지로 파머보다는 앞으로 나갔지만 단숨에 떼어놓을 정도는 되지 못했고, 완전히 빠져나간 라이스 샤워와의 차를 좁히지 못했다. 반대로 라이스 샤워 쪽이 거리를 벌려간다.
『관동의 검은 자객』
라이스 샤워는 메지로 맥퀸에게 2마신 반 차를 벌리며 선두로 골 인 했다. 교토 잔디 3200m를 달려나간 3분 17초 1의 승리 타임은 천황상·봄의 레코드였다. 메지로 맥퀸도 종전의 레코드 타임을 상회하는 타임으로 주파했지만, 라이스 샤워는 그보다 더욱 위를 달려나간 것이다. 그것은 왕자에게 아쉬워할 수조차 없는 완전한 패배였다.
교토의 대관중이, 또다시 침묵했다. 메지로 맥퀸이 패배했다. 최강의 왕자가, 가장 특기인 코스에서 철저하게 때려눕혀졌다. 미호노 부르봉의 꿈을 깨부순 것과 똑같이, 광동에서 온 그 검은 말에게... 메지로 맥퀸의 천황상·봄 3연패의 위업도, 타케 기수의 천황상·봄 5연패의 야망도, 모든 것은 관동의 검은 자객 앞에 무너져 버렸다. 교토 경마장을 가득 메운 11만의 대관중은, 마치 반 년 전과 같이 눈앞에 펼쳐진 믿을 수 없는 사태에 할 말을 잃었다.
「관동의 자객, 라이스 샤워ー!」
그렇게 외친 실황의 대사는 그야말로 교토 경마장의 대관중, 그리고 관서 팬들의 마음의 외침을 대변하고 있었다.
『승리의 이유』
그러나 라이스 샤워 진영에서 보면, 이 날의 승리도 의외가 아니었음은 당연하다. 라이스 샤워의 궁극을 넘어선 마체와, 인마일체의 집념이 왕자 메지로 맥퀸을 능가했다. 그저 그 뿐이었다.
레이스 후 마토바 기수가
「말도 이 중요한 레이스를 알고 있었겠죠」
라고 말한 것처럼, 이 날의 라이스 샤워는 어느 말을 쓰러뜨리고, 무엇을 하면 좋을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라이스 샤워에게 있어 제 107회 천황상·봄은 심기체 모두 완벽한 상태로 임했고, 그리고 영관(栄冠)을 쟁취한 레이스였다.
※ 모든 열전은 원작자의 허락 하에 번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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