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열전마의 현역 당시 마령 표기에 따라 구 연령(세는 나이) 표기를 사용합니다)
『희미한 광명』
「충실한 5세 가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괴로운, 봄과는 다른 말이 된 듯한 상태로 5세 시절을 마친 라이스 샤워는 일반적인 유력마들처럼 방목을 떠나는 일 없이, 연초부터 교토 기념(G2)으로 시동을 걸게 되었다.
교토 기념에는 라이스 샤워 외에 한 살 아래의 킷카상마 비와 하야히데도 출주했다. 하지만 같은 킷카상마라고 해도, 작년 가을 이후 기대를 배신했던 라이스 샤워와 아리마 기념에서도 토카이 테이오와 사투를 펼치며 2착으로 들어오며 상승세를 보여준 비와 하야히데는 그 평가의 차이가 너무나 컸다. 단승 120엔으로 압도적 인기가 된 비와 하야히데에 비해 라이스 샤워는 단승 660엔에 그쳤다. 그리고 결과도 2착과 7마신차를 벌리는 압승으로 인기에 부응한 비와 하야히데에 비해, 라이스 샤워는 비와 하야히데와 10마신 가까이 떨어진 5착으로 들어오는 것이 고작이었다. 너무나도 볼품없는 레이스에
「라이스 샤워는 끝났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마토바 기수만은 언뜻 보기에 아무 내용도 없어 보였던 이 레이스 속에서, 라이스 샤워의 무언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투지가아주 조금이나마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가 찾아낸 부활의 조짐은 방관자로서 볼 때는 알 수 없는, 기수만이 느낄 수 있는 무언가였다.
『길고도 먼 길』
그리고 마토바 기수의 예감은 다음 레이스인 닛케이상(G2)에서 확실한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이 날은 중단에 위치해 레이스를 진행한 라이스 샤워는 제 3코너 부근에서 스스로 태세를 갖춰 뻗어나가기 시작해, 직선에 들어가자 결국 선두에 선 것이다.이 때의 반응이야말로 마토바 기수가 바라고 있던 것이었다.
겨우 뛸 의지를 되찾은 라이스 샤워였지만, 이 날은 역시 제 컨디션이 아니었는지 골 직전에서 스테이지 챔으의 강습을 받아 코 차이 2착으로 패배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라이스 샤워가 반복해 온, 아무런 내용이 없는 그저 크게 패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이즈카 조교사나 마토바 기수는 마침내 라이스 샤워의 부활을 향한 확실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다음은 라이스 샤워가 가장 특기로 하는 교토 3200m의 천황상·봄이다. 이거라면 천황상에서는 승부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운명의 여신은 라이스 샤워의 편이 되지 않았고, 라이스 샤워가 천황상·봄 연패가 걸린 무대에 오르는 일은 없었다. 라이스 샤워는 천황상·봄 직전에 오른쪽 앞다리가 골절되어 버린 것이다.
골절의 증상은 상당히 심해,
「봄은 커녕 연내 복귀조차 어렵다」
라는 것이 수의사의 진단이었다. 좋아지려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참에 찾아온 암전이었던 만큼, 이즈카 조교사도 마토바 기수도 크게 낙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라이스 샤워의 고장이 알려지자, 경마계에서는 최근 레이스의 비참한 성적 탓에 「은퇴」의 소문도 돌기 시작했다. 이즈카 조교사는 라이스 샤워의 은퇴를 부정하며, 어디까지나 부활을 목표로 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부활의 길은 길고도 멀었다.
『돌아온 라이스 샤워』
하지만 라이스 샤워는 다시 한 번 잔디로 돌아왔다. 처음 복귀까지 1년이 걸린다는 진단을 받은 라이스 샤워의 골절이었지만 치료는 예상보다 빨랐다. 경주마가 골절된 경우 좁은 마방에서 가만히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날뛰는 것으로 완치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라이스 샤워는 휴양 기간 중에도 마방 안에서 언제나 얌전히 지내다 보니, 완치가 그만큼 빨라진 것이다. 그때의 라이스 샤워는 마치 얌전히 있는 것이 빠른 완치, 그리고 빠른 복귀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당초 연초의 아메리카 자키 클럽 컵(G2) 복귀가 유력시됐던 라이스 샤워였지만 완치가 빨라지면서 연내의 아리마 기념(G1)으로 복귀했다. 이 해의 아리마 기념은 온통 4세 삼관을 제패한 나리타 브라이언을 위한 레이스라는 이야기 뿐이었고, 결과도 나리타 브라이언이 2착을 3마신이나 따돌리며 낙승해 그런 이야기를 뒷받침해주는 형태가 되었다. 하지만 나리타 브라이언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의 그늘이기는 했지만, 라이스 샤워는 이 복귀전에서 갑자기 3착으로 파고들어왔다. 거의 9개월 만의 실전과 강력한 상대를 생각하면 충분할 정도의 성과였다.
「라이스 샤워는 부활한 건가!?」
이 레이스를 본 팬들이 품었던 마음은 결코 겉치레가 아니었다.
『정기유전(旌旗流転)』
하지만 이후 라이스 샤워는 다시 제자리걸음을 한다. 7세 첫 싸움인 교토 기념(G2)은 8마리 중 6착, 닛케이상(G2)에서도 9마리 중 6착. 두 레이스 모두 아리마 기념을 보고 부활에 걸어, 1번 인기로 지지해 준 팬들에 대한 배신이라 할 수 있는 결과였다.
라이스 샤워의 다음 레이스는 천황상·봄으로 생각되었지만, 이에 대한 평가도 엇갈렸다. 라이스 샤워에게 있어 교토의 잔디 3200m라고 하면 빛나는 실적을 남긴 가장 좋은 코스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최근 레이스가 이래서야, 라이스 샤워는 「끝났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전년도의 아리마 기념은 촛불이 다 타기 전 한순간의 반짝임이 아니었을까.
이 해의 천황상·봄은 나오기만 하면 압도적 인기가 될 것이 틀림없을 전년도의 삼관마로, 연초 초전의 한신 대상전(G2)도 대압승으로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은 나리타 브라이언이 고장으로 회피했기 때문에 혼전의 양상이 깊어지고 있었다. 천황상·봄의 출주 두수는 풀 게이트인 18마리가 되었지만 그 중에 G1 승리가 있는 말은 단 한 마리 뿐이었다. 게다가 그 한 마리는 단순한 G1마가 아니라 무대가 같은 교토 장거리 코스인 킷카상, 그리고 천황상·봄을 승리한 G1 2승마다. 본래라면 이 말이 1번 인기가 아닐 리가 없다.
하지만 실제로 1번 인기가 된 것은 전년도의 킷카상 3착마로, 전 레이스인 다이아몬드 스테이크스(G2)를 이긴지 3개월 만의 실전이 되는 에어 더블린(단승 350엔)이었다. 그 뒤를 잇는 것도 인터 라이너(540엔), 하기노 리얼 킹(550엔)이라는 역사에서 보자면 조연 클래스의 말에 불과하다. 라이스 샤워는 단승 580엔으로 4번 인기에 그쳤다. 멤버들을 생각해보면 굴욕이었지만, 위와 같은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모든 열전은 원작자의 허락 하에 번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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