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열전마의 현역 당시 마령 표기에 따라 구 연령(세는 나이) 표기를 사용합니다)
『되살아나는 투지』
라이스 샤워에 대한 냉정한 시선은 제3자뿐 아니라, 이즈카 조교사나 마토바 기수도 라이스 샤워의 상태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7세라는 연령은 분명히 경주마로서의 정점을 지나갔고, 현재 상태도 2년 전에 메지로 맥퀸을 찔렀을 때의 상태를 100이라고 한다면 좋게 봐도 70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상대가 약하다고는 하지만 위세가 올라가기 어려운 상태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즈카 조교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2년 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무리여도, 적어도 그에 가까운 상태로 되돌리고 싶다. 그런 생각과 함께 조교에서는 또다시 장절한 마지막 조교를 되풀이했다.
라이스 샤워는 진심이 되면 「눈초리가 치켜 올라갔다」고 한다. 킷카상(G1) 때도, 2년 전 천황상·봄(G1)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 눈을 다시 한 번 되찾을 수 있다면...」
육체를 2년 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면 최소한 정신, 투지만이라도 2년 전으로 되돌리고 싶다. 그런 생각의 결과가 이미 정점을 지난 라이스 샤워에 대한 엄격하고 격렬한 조교가 되었다.
마토바 기수는 천황상·봄 본방이 가까워짐에 따라, 라이스 샤워의 눈초리가 치켜 올라가기 시작한 것을 눈치챘다. 「그 시절」과 같은 눈은 라이스 샤워의 마음이 「그 시절」로 돌아가고 있음을 증명했다. 겨우 돌아오기 시작한 임전태세를 레이스까지 유지하기 위해, 이즈카 조교사는 라이스 샤워의 교토경마장 입장을 직전까지 기다린다는 생각도 했다.
이렇게 천황상·봄 당일, 이즈카 조교사가 데려온 라이스 샤워는 육체는 2년 전에 미치지 못하지만, 오랜만에 정신력과 투지가 되살아난 상태였다.
「이 정도면 승산이 있다」
당일의 라이스 샤워를 보고 이즈카 조교사는 자신들의 노력이 형태가 되어 나타나고 있음을 확신했다.
어떤 경마 평론가는 천황상·봄 당일 해설에서
「오늘 출주마 중 진정한 스테이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라이스 샤워 뿐입니다」
라고 평가했다. 스테이어에게 필수불가결한 자질은, 육체 뿐 아니라 불굴의 투지도 포함된다. 일단 정점이 지나면 재건하기 어려운 서러브레드 속에서, 분명하게 정점은 지났는데도 2년간 완전히 잠들어 있던 투지의 불길을 다시 한 번 타오르게 하려는 라이스 샤워는 분명 희대의 정신력을 지닌 말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결과가 그에 따라갈 것인가 뿐이었다.
『자, 돌아가자』
하지만 라이스 샤워의 전성기를 아는 사람들은 라이스 샤워가 전성기 때와 같은 레이스를 해서는 이길 수 없다는 것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제 111회 천황상·봄 스타트 직후, 마토바 기수가 중단으로 이끈 판단은 역시나 라이스 샤워의 전성기와는 다른 차이 때문이었다. 전성기 때의 라이스 샤워라면 오랫동안 좋은 달리기를 할 수 있었고, 미호노 부르봉이나 메지로 맥퀸의 롱스퍼트를 따라가기 위해서 가급적이면 앞쪽에 위치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절정을 지난 현재의 라이스 샤워로서는 레이스 내내 선두 뒤쪽에 위치한다면, 골 앞에서 롱스퍼트를 걸만한 지구력은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마토바 기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마토바 기수의 고삐도, 일단 타오르기 시작한 라이스 샤워의 투지를 완전히 억누르지는 못했다. 이즈카 조교사의 혼신의 조교로 되살아난 투지는 라이스 샤워에게 그리운 교토경마장에서의 자신의 달리기를 떠올리게 하는 듯했다. 라이스 샤워는 마치 기수의 작전이 불만이라는 듯 고삐를 쭉쭉 잡아당기며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했다. 마토바 기수는 있는 힘껏 라이스 샤워를 달래가면서도 그 고삐를 통해 부활의 예감을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세 번, 요도의 언덕을 넘어』
처음에는 마토바 기수의 고삐를 따르던 라이스 샤워였지만, 요도의 언덕을 맞이하자 마침내 스스로를 억누를 수 없게 되었다. 라이스 샤워는 교토경마장의 험한 코스, 길고 긴 오르막길에서 스스로 과감하게 올라간 것이다. 요도를 알고, 요도에서 가장 밝게 빛난 말인 라이스 샤워가 스스로의 의지를 갖고 승부를 걸어갔다.
마토바 기수는 라이스 샤워가 쭉쭉 뻗어나가기 시작했을 때
「아직 이르다」
하고 생각해, 일단 고삐를 억누르려 했다. 그러나 3년이나 함께 싸운 전우다. 마토바 기수는 곧 라이스 샤워를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광 후, 몇 번이고 지옥을 봐 온 라이스 샤워. 2년간 승리를 포기하고, 그 사이에는 큰 골절까지 경험하면서 마침내 여기까지 되살아난 전우가 추억의 교토경마장에서, 추억의 요도의 언덕에서, 이기기 위해 스스로 움직였던 것이다. 마토바 기수에게는 라이스 샤워를 막을 도리가 없었다.
라이스 샤워는 순식간에 위치를 올리고, 언덕을 다 올라간 제 3코너에서는 빠르게도 선두에 섰다. 내리막길에서도 다른 말을 이끌며 선두에서 직선을 향해 달렸다.
그 전법은 선두 뒤쪽에서 인내하며 마크한 상대가 움직이기를 기다린 뒤 승부를 내러 간 그때까지의 라이스 샤워의 승리방식과는 다른 것이었다. 그것 뿐만 아니다. 교토 잔디 코스의 기본적인 이론조차 찾아볼 수 없다. 없기는 커녕 제 3코너에서 선두에 서는 것은 교토에 있어서는 오히려 마지막 스태미나가 사라지는 필패의 방정식이었다.
스탠드에서는 라이스 샤워의 진출과 함께 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것은 라이스 샤워의 부활을 확신하는 환희의 목소리가 아니라, 용감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무모한 움직임에 대한 놀라움과 실망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라이스 샤워에게 있어 이것은 이 날 승리를 위한 유일한 전법이었다. 무명의 말이 도주해 슬로우 페이스가 된 이 날의 전개 그대로 레이스가 진행되면, 뒤는 직선에서의 순발력 승부가 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순발력 승부가 되면 경주마로서의 정점을 지난 라이스 샤워는 100% 지고 만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의 스태미나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레이스의 주도권을 빼앗으러 가 정체된 레이스의 흐름을 끊는다. 그리고 다른 말들의 체력을 깎으면서 억지로라도 극한의 스태미나 승부로 끌고 간다. 그것이 후세에 「최후의 스테이어」로 불리게 되는 라이스 샤워의 선택이었다. 이 날의 「스퍼트」는 마치 라이스 샤워 자신이 이기는 법을 알고 있는 듯했다.
『최후의 스테이어』
제 4코너에서 선두에 있던 라이스 샤워는 직선으로 들어서자마자 골을 향해 있는 힘껏 라스트 스퍼트를 걸었다. 그러자 라이스 샤워의 귀기 어린 달리기에 기가 눌린 듯 다른 말들은 순식간에 떨어져 나갔다.
메지로 맥퀸이 은퇴하고 라이스 샤워가 긴 슬럼프에 허덕이는 사이, 경마계는 크게 변하고 있었다. 스테이어 경시라는 시대의 흐름이 드디어 완성에 가까워져, 어느새 진정한 스테이어는 자취를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스테이어가 없는 장거리 레이스에서는 소모를 막기 위해 레이스는 훨씬 느슨한 흐름이 된다. 이 무렵에는 이미, 설령 장거리 레이스라도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극한의 스태미나가 아니라 직선에서의 순발력이라고 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 레이스가 활개를 치는 시대에 살고, 그런 레이스에 익숙해져 있던 다른 말들은 진짜 스테이어가 만들어낸 극한의 스태미나 승부 앞에 속수무책으로 가라앉았다.
라이스 샤워는 이렇게 직선 중반에 완전히 빠져나갔다. 후속과의 차이가 몇 마신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차가 벌어졌고, 누구나 라이스 샤워의 부활, 2년 만의 승리를 확신했다. 그런데 그 때. 바깥쪽에서 또 하나의 검은 그림자가 라이스 샤워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강습』
라이스 샤워의 스테이어 적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더라도, 연령적인 쇠퇴에 대한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다. 7세가 된 라이스 샤워의 지구력에 대한 불안감은 안장 위의 마토바 기수의 가슴을 졸이게 했다. 오르막길에서 라이스 샤워의 기세에 전부 맡겨 나아가게 한 그의 머리에서는 후속에 대한 불안감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전반은 중단에서 나아갔지만 제 3코너 앞에서 상식을 깨부수는 롱스퍼트를 걸은 라이스 샤워의 다리는 과연 마지막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스태미나가 없어지게 되면 단숨에 덮쳐오는 말은 정말로 없는 것일까.
그리고 마토바 기수의 불안은 남은 100m지점에서 현실이 되었다. 그때까지는 발군이었던 라이스 샤워의 반응이 돌연 나빠진 것이다. 가혹한 장거리 레이스를 이런 무리한 레이스 운영으로 마지막까지 밀어붙이는 것은, 세기의 스테이어인 라이스 샤워라도 역시 불가능했다.
그런 곳에 쓰나미처럼 밀어닥친 것이 라이스 샤워와 같은 리얼 샤다이의 피를 잇는 스테이지 챔프였다. 이 말은 전년도의 닛케이상(G2)에서도 라이스 샤워에게 골 직전에서 강습을 걸어 추월한 적이 있다. 이 날 스테이지 챔프 안장 위의 에비나 마사요시 기수가 노린 것도 닛케이상과 동일한 승리 방법이었다. 라이스 샤워와 같은 스테이어의 피를 가진 자이기에 할 수 있는, 효율적이지만 잔혹한 승리. 그것은 라이스 샤워가 모든 것을 걸고 만들어낸 스테이어 우위의 흐름을 이용해, 유리한 위치에 자리를 잡고 레이스가 결착이 나는 마지막 순간에 그 성과를 라이스 샤워에게서 낚아채겠다는 것이었다.
『부활』
마토바 기수는 등 뒤의 낌새를 눈치챘다. 여기까지 와서는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힘이 닿는 한 고삐를 모는 것 뿐이다. 라이스 샤워도 완강히 버텼다.
하지만 스테이지 챔프의 다릿심은 라이스 샤워를 완전히 능가했다. 두 마리는 거의 나란히 골에 들어왔지만, 골판을 한 발짝 지나자 스테이지 챔프가 라이스 샤워를 너무나 간단히 앞질러버렸다. 스테이지 챔프의 안장 위에서는 승리를 확신한 에비나 기수가 승리 포즈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나 골판에서 코 차이로 앞으로 나온 것은 스테이지 챔프가 아니라 라이스 샤워 쪽이었다. 당시 연령적인 쇠퇴를 숨길 수 없었던 라이스 샤워가, 아직 절정기 실력을 유지하고 있던 스테이지 챔프를 꺾은 원인은 어디에 있었을까. 그것은 역사에 남을 강적과 수많은 스태미나 승부를 펼쳐온 라이스 샤워의 경험과 기백이, 스테이어 혈통을 갖고 있으면서도 진정한 의미의 스태미나 승부를 경험하지 못하고 여기까지 온 스테이지 챔프의 능력을 능가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라이스 샤워에게 2년 만의 두 번째 천황상·봄 제패는 2년 만의 승리이기도 했다. 이 해의 천황상·봄은 서러브레드로서의 충실기에 보인 킷카상이나 2년 전의 천황상·봄과 달리, 확실하게 육체적으로는 절정을 지났지만 장거리 적성과 쇠하지 않는 투지로 승리를 따낸 것이며, 라이스 샤워의 생애 중에서도 가장 이 말의 본질을 보여주는 레이스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라이스 샤워에게 있어 이 때의 천황상·봄에는 지금까지의 2번의 G1 제패와는 다른 것이 또 하나 있었다. 지금까지는 미호노 부르봉, 메지로 맥퀸이라는 위업 달성을 건 유력 우승 후보가 있었기에 우승했던 라이스 샤워는 그 꿈을 깨부순 「악역」으로서의 색채를 띠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겼음에도 관중들의 축복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칸사이의 스타를 쓰러뜨린 원수로만 취급되던 라이스 샤워였지만, 이때야말로 라이스 샤워 자신을 향한 박수와 환성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스탠드의 대관중이 축복한 것은 천황상·봄 2승째라고 하는 위업, 그리고 2년 만의 부활 승리라는 틀림없는 라이스 샤워 자신이 만든 기적이었다.
라이스 샤워는 이렇게, 화려한 교토경마장의 축복의 중심에 섰다. 그리고 라이스 샤워에게 있어 이 날이 생애 마지막 승리였다.
※ 모든 열전은 원작자의 허락 하에 번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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