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열전마의 현역 당시 마령 표기에 따라 구 연령(세는 나이) 표기를 사용합니다)
『잔혹한 시대 속에서』
이렇게 해서 두 번째 천황상·봄(G1) 제패를 달성하며 G1 승리가 3개가 되며 「대성했다」며 좋은 실적을 남긴 라이스 샤워였지만, 종마 전환의 이야기는 이상하리만큼 나오지 않았다.
물론 라이스 샤워 진영의 사람들이 종마 전환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종마 전환의 길을 모색한 라이스 샤워 진영 사람들에 대한 마산계(馬産界)의 반응은 냉랭했다. 라이스 샤워가 종마 전환을 한다는 이야기를 가져와도, 계속해서 거절당하고 만 것이다.
라이스 샤워가 5세 때 천황상·봄을 이겼을 때는 고액의 신디케이트를 짜서 종마로 전환하는 이야기가 마산계 쪽에서 들어온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얘기는 5세 가을 이어지는 참패로 흐지부지 되었고 라이스 샤워의 종마로서의 가능성 평가는 땅으로 떨어졌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5세 봄 당시 라이스 샤워가 현역 최강마가 될 가능성을 간직하고 있던 때와 비교하면, 그 후 참패를 거듭한 것으로 평가가 떨어지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하지만 라이스 샤워에게 비극이었던 것은 2년 만의 부활 승리가 그 자신의 평가를 상승시킬 수 있는 데이터로 여겨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라이스 샤워는 천황상·봄과 킷카상을 절대능력이 아닌 스테이어 적성으로 이겼다」
라는 것이 라이스 샤워에 대해 내려진 마산지의 평가였다.
미호노 부르봉, 메지로 맥퀸이라는 최강급 명마를 꺾은 라이스 샤워는 5세 때만 해도 이들과의 레이스를 절대능력으로 이겼다고 여겨졌다. 그렇기 때문에 미호노 부르봉이나 메지로 맥퀸을 넘는 절대능력을 아이에게 전달하는 것을 기대하며, 고액의 신디케이트로 종마 전환을 하는 이야기도 나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 후 정세는 크게 달라졌다. 5세 가을부터 6세까지 긴 슬럼프에 빠졌다가 7세 천황상·봄에서 겨우 부활한 라이스 샤워에 대한 평가는 「장거리용 스테이어」라는 것에 불과했다.
이때는 이미, 경마계의 흐름은 스피드화의 길로 들어가 이제 누구도 억누를 수 없는 시대의 파도가 되어 있었다. 레이스 편성부터 장거리 레이스는 줄어들었고, 레이스 전개는 스테이어의 실력 발휘를 방해하는 슬로우 페이스 증후군이 만연해 있었다. 스피드가 뛰어난 종마가 환영을 받고 미국에서 점점 스피드 경마에 대응할 수 있는 종마가 유입되는 반면, 진성 스테이어 그것도 내국산 종마인 라이스 샤워 같은 종마에 대한 수요는 거의 없어지려 했던 것이다.
『바람의 분기』
라이스 샤워 진영 사람들은 슬퍼했다. 이들은 라이스 샤워의 낮은 인기를 시대의 흐름으로 담담하게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도 라이스 샤워의 장점을 잘 알고 있었다. 거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기세가 커지는 말각과 장거리 적성, 스스로 부상을 단기간에 치료하는 남다른 영리함, 그리고 아무리 지쳐도 성실하게 달려나가는 기성. 그리고 라이스 샤워는 경주마로서 스스로의 한계에 계속해서 도전해, 서러브레드가 많다고는 하지만 국내에서는 몇 년에 한 마리가 나올까말까 한 G1 3승이라는 빛나는 실적을 남겼다. 그런 라이스 샤워였기에 그들은 훗날까지 행복한 마생을 약속해 주기 위해, 종마로서 성공시켜 주고 싶었다.
그러던 때에 라이스 샤워 진영에 날아온 것이 타카라즈카 기념(G1) 출주마를 결정하는 팬 투표에서 라이스 샤워가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이 정도면 출주 의사만 밝힌다면 여름 그랑프리·타카라즈카 기념에 우선 출주할 수 있다.
타카라즈카 기념은 예년 같으면 한신 경마장의 잔디 2200m 코스에서 개최된다. 그러나 이 해는 한신 대지진의 영향으로 한신 경마장이 큰 손상을 입어 개수 공사가 한창이었기 때문에, 타카라즈카 기념은 갑작스럽게 교토·잔디 2200m 코스에서 개최되게 되었다.
2200m. 통상 중거리로 분류되는 이 거리는 라이스 샤워에게 있어 빈말로도 적성거리가 아니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보면 이 거리에서 이길 수만 있다면, 장거리에서만 이길 수 있다고 생각되어 낮게 평가된 종마로서의 평가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타카라즈카 기념 출주가 예상되는 멤버들도 대부분은 천황상·봄에서 꺾은 상대였다. 회전 반경이 작은 한신 개최라면 승산이 없다고 해도, 이 해에 한해서는 특기인 교토경마장에서의 개최다. 이즈카 조교사, 마토바 기수, 마주, 그 외 라이스 샤워를 둘러싼 사람들 모두 이 해 타카라즈카 기념의 조건은 「이거라면」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라이스 샤워의 타카라즈카 기념 출주가 결정되었다. 하지만 다음 싸움으로 향할 것을 알린 마토바 기수를 향한 라이스 샤워의 눈은, 과거 마토바 기수가 말했던 「맹수 같은」 쏘아 올리는 듯한 냉엄한 시선과는 전혀 다른, 상냥하고 맑은 눈길이었다고 한다. 흘러가는 바람은 상쾌하게, 여름이 가까워지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그 바람의 행방을 아는 자는, 아무도 없다.
『최후의 싸움』
제 36회 타카라즈카 기념이 개최된 것은 천황상·봄으로부터 한 달 반 후의 일이다. 라이스 샤워는 팬 투표에서는 1위로 지지받았지만, 마권상의 인기는 600엔으로 3번 인기에 그쳤다. 출주마 17마리 중 G1마는 라이스 샤워 외에는 이미 절정을 지난 나리타 타이신 정도였지만, 팬들 역시 라이스 샤워를 순수한 스테이어로 여겼다.
이 날 라이스 샤워는 패덕에서부터 왠지 모르게 앞으로 레이스를 뛰겠다는 기백이 느껴지지 않았다. 또 마토바 기수도 라이스 샤워에 올라탔을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
하고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감촉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 때의 마토바 기수는 알 수 없었다.
『최후의 불꽃』
아니나 다를까, 레이스가 시작되고 나서 라이스 샤워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킷카상의, 그리고 두 번의 천황상·봄에서 느낀 반응은 역시 없었다. 아무리 고 사인을 내도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 라이스 샤워에 대해, 마토바 기수는 제 1코너 시점에 벌써부터
「오늘은 승부할 때가 아니다.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하자」
라며 체념과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자신이 몇 번이고 빛났던 무대가 된 요도의 언덕에 다다랐을 때 라이스 샤워는 무엇을 느꼈던 것일까. 언덕을 오르는 라이스 샤워 안에서 무엇인가가 타올랐다. 제 3코너 부근에서 라이스 샤워는 다시 움직였다. 마토바 기수의 의지가 아닌, 자기 자신의 의지로. 혹은 싸움과 살아가는 숙명이 라이스 샤워에게 그렇게 하도록 시켰을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라이스 샤워에게 싸움과 살아가는 숙명을 가르친 것은 마토바 기수였다. 가속하는 라이스 샤워. 그리고...
(* 마지막 두 문단, 최후의 싸움과 최후의 불꽃은 원문에서 각각 최후의 한자가 다릅니다. 최후의 싸움의 최후는 흔히 한국에서 사용하는 최후(最後)를 사용했고, 최후의 불꽃은 최기(最期)를 사용했습니다. 둘 모두 최후, 마지막이라는 뜻으로 사용하나 最期의 경우 일본에서는 정말 모든 것이 끝나는, 인생의 종점 같은 때에 사용하는 한자입니다.)
※ 모든 열전은 원작자의 허락 하에 번역하고 있습니다
'일본 경마 열전 > 라이스 샤워 열전 : 질주하는 말은 푸른 산의 혼이 되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이스 샤워 열전 : 질주하는 말은 푸른 산의 혼이 되어를 끝내며 (0) | 2025.01.09 |
---|---|
라이스 샤워 열전 : 질주하는 말은 푸른 산의 혼이 되어 完 (0) | 2025.01.09 |
라이스 샤워 열전 : 질주하는 말은 푸른 산의 혼이 되어 10 (1) | 2025.01.02 |
라이스 샤워 열전 : 질주하는 말은 푸른 산의 혼이 되어 9 (0) | 2024.11.12 |
라이스 샤워 열전 : 질주하는 말은 푸른 산의 혼이 되어 8 (0) | 2024.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