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착 상태 속에서』
그런 와중, 팡파르, 그리고 게이트 입장 후 머지않아, 싸움의 막이 올랐다. 스타트 신호, 게이트가 열림과 동시에 기세 좋게 튀어나온 것은, 역시나 카츠라기 에이스였다. 스타트 후 곧바로 선두에 선 카츠라기 에이스는, 그 후에도 페이스를 늦추지 않고 후속을 떼어낸다. 3마신, 5마신... 그 차는 순식간에 벌어져 간다. 카츠라기 에이스를 쫓을 것은, 그 누구도 없다.
관객석 맞은편 정면 근처에서는, 카츠라기 에이스와 2번째 이후의 말과의 차는, 최대 20마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모습과는 반대로, 카츠라기 에이스의 도주에 의해 형성된 페이스는, 분명히 느린 것이었다. 800m 통과 타임이 49초 4. 사쿠라 신게키가 광기의 하이페이스로 끌어당겨 일본 레코드 결착이 된 제 1회 재팬 컵 때가 46초 1이었으니, 그때보다 3초 이상이나 느린 것이다.
그런 카츠라기 에이스와 20마신이나 더 뒤에 있기에, 다른 말의 기수들도, 느린 페이스를 깨닫지 못할 리가 없다. 안장 위에 있는 것은 모두, 일본, 혹은 세계를 대표하는 기수들 뿐이다. 그런 그들이, 모두가 이정도로 느린 페이스 속에서 수를 잘못 읽는 일 따위는,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날은 그 「생각할 수 없는」 일이 현실로 일어났다. 레이스 후 그들은,
「스타트 때의 빠른 흐름을 따라붙을 수 없었다」
라고 입을 모았다. 빠른 흐름...? 그들은 완전히 페이스를 잘못 읽고 있었다. 그 배경에는, 그들 각각 일찍부터 움직일 수 없는, 혹은 움직이게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이 날 사전 예상에서는, 카츠라기 에이스의 단독 도주라는 의견은 별로 없었고, 미국마 윈도 도주해, 카츠라기 에이스와 선두 싸움을 하는 전개가 될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런데, 그 윈 진영은 미스터 시비의 추격을 최대의 강적으로 보고, 전법을 좋은 위치에서의 선행책으로 바꾸었다. 그래서, 윈이 도주하면 마크하려고 생각했던 심볼리 루돌프의 오카베 기수는, 이번에는 자신보다 뒤에서 레이스를 하는 타입인 마제스티스 프린스로 마크를 바꿨다. 오카베 기수에게 있어 오산이었던 것은, 마제스티스 프린스 쪽은 심볼리 루돌프를 최대의 적으로 보고 있었고, 심볼리 루돌프가 나가는 것을 보고 자신도 움직일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심볼리 루돌프와 마제스티스 프린스는, 서로를 의식해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미스터 시비는, 여전히 최후방에서의 경마였다. 이렇게, 미스터 시비를 마크하는 말뿐 아니라, 심볼리 루돌프를 마크하고 있던 말들까지도 움직일래야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만들어져 갔다. 이런 교착 상태가 실제로 발생한 것은,
「외국마라면 몰라도, 카츠라기 에이스라면 놓쳐도 언제든지 따라잡을 수 있다」
라는 일본 기수들의 확신, 그리고
「적은 미스터 시비나 심볼리 루돌프라는 두 마리의 트리플 크라운 호스. 재팬 컵에서는 지금까지 전부 미친듯한 도주마가 나왔고, 모두 망해버렸으니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라는 외국 기수들의 선입견이 있었지만, 카츠라기 에이스와 니시우라 기수가 알 바는 아니다. 이렇게, 그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외국마도 일본마도 움직일 수 없게 되어 있었다.
『대도주 한 기』
그런 기수들의 의도는 상관없이, 카츠라기 에이스는 큰 느티나무 건너편에서도 홀로 여행을 이어갔다. 니시우라 기수는, 이 틈에 말을 달래고, 좋은 호흡을 하고 있었다. 이 때 니시우라 기수의 귀에는, 뒷쪽의 말의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뒤쪽과의 차는, 적어도 10마신 정도는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다가올 직선 공방에 대비해, 도중 한 번은 숨을 고르지 않으면 다리를 유지할 수 없다.
「...그러면, 좋은 호흡을 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니시우라 기수가 승리를 처음으로 의식한 것은, 이때였다고 한다.
「마지막 3펄롱 35초의 스퍼트를 한다면, 따라잡히지 않고 도주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때 그의 머리에는, 다른 가능성도 스쳐갔다. 해외의 미지의 강호들이 과연 어느 정도의 스퍼트를 가졌을지, 당시의 그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해외에는 (마지막 3펄롱) 32초의 다리를 가진 괴물이 있을지도 몰라...」
니시우라 기수의 시선이 앞만 바라보고 있던 것은, 뒤돌아 보는 것으로, 뒤쫓아오는 공포에 삼켜지지 않기 위해서였다.
레이스가 제 3코너를 맞이하며, 겨우 후속집단에도 움직임이 생겼다. 다른 기수들이, 뒤늦게나마 상황의 심각함을 깨달은 것이다. 정신차리고 보니, 단독으로 대도주를 한 말이, 완전히 레이스를 지배해 슬로우 페이스를 만들어내며 10마신 이상의 차를 내고 있다. 게다가, 그 말은 지금 절묘한 타이밍에 숨을 고르며, 직선 공방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차!」
서로를 견제하던 교착 상태는, 한 마리가 움직임으로서 모두가 움직였다. 심볼리 루돌프, 마제스티스 프린스, 윈, 베드 타임... 그들이 일제히 움직인 시기는, 마침 카츠라기 에이스가 숨을 고르던 때와 겹쳤다. 그 때문에, 제 4코너에서는 앞뒤의 차이가 단숨에 좁혀져, 카츠라기 에이스가 순식간에 속도를 잃은 것처럼 보였다.
『두 가지 비책』
직선으로 들어가, 가장 안쪽에서는 영국의 베드 타임이 카츠라기 에이스에게 덮쳐들었다. 아직 여력이 충분하다. 세계의 달리기는, 나란히 설 틈도 없이 카츠라기 에이스를 제치고 선두를 빼앗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때부터가 카츠라기 에이스의, 니시우라 기수의 진면목이었다. 니시우라 기수는 이 날 처음으로 길게 잡고 있던 고삐를 조였다.
「가라!」
말도 기수의 의지에 응해 다시 한번 진심이 되었다. 그들은 느린 페이스로 생각만큼 아껴놓았던 다리를, 마침내 해방시킨 것이다.
카츠라기 에이스를 순식간에 제치는 것처럼 보였던 베드 타임이지만, 거기서 카츠라기 에이스가 두 다리를 내뻗자, 일단 좁혀지던 그 차이가, 갑자기 줄어들지 않게 되었다. 카츠라기 에이스의 예상치 못한 저항에 마치 당황한 듯이, 베드 타임이 나아가는 것도 멈췄다. 그토록 대단한 세계에도, 32초대의 스퍼트를 내는 괴물은 없었다.
베드 타임보다 조금 늦게, 바깥에서 심볼리 루돌프, 마제스티스 프린스가 나란히 오는 듯한 형태로 다가온다. 이렇게 됐을 때, 그때까지의 심볼리 루돌프라면, 언제나 후속을 떨쳐내며, 앞을 붙잡으며 확실히 추월해버릴 터였다. 하지만, 세계의 적은 사정이 다른 것인가, 아니면 3일 전부터 한 설사의 영향인가, 마제스티스 프린르를 떨쳐낼 수 없다. 베드 타임도 따라잡을 수 없다. 모든 말이 카츠라기 에이스와 니시우라 기수의 마법에 걸린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앞을 나아가는 카츠라기 에이스는 더욱 도주해간다. 짓궃게도 골과의 거리만 좁혀져 간다.
『정적, 그 후의 대환성』
카츠라기 에이스가 선두로 골에 뛰어들었을 때, 도쿄경마장은 한순간의 정적, 침묵에 휩싸였다. 일본마가, 이겼다. 하지만, 그것은 심볼리 루돌프도 아니고 미스터 시비도 아니었다. 일본인조차 잊고 있었던 카츠라기 에이스가, 두 마리의 삼관마, 그리고 세계의 강호를 적으로 돌리고 도주해냈다... 수많은 관중들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아주 잠깐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것은, 카츠라기 에이스의 관계자들조차 마찬가지였다.
레이스 후, 영상은 심볼리 루돌프의 오카베 기수나 미스터 시비의 요시나가 기수가 니시우라 기수에게 무언가 말을 건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니시우라 기수는 그 때의 기억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저평가에 대한 분노는 있었지만, 필승의 신념 따위 있을 리가 없었다. 니시우라 기수 자신도, 압도적인 박력을 가진 사실 앞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 모르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가 기억의 공백에서 되돌아온 것은, 무의식적으로 속도를 줄이던 때에 겨우 사실을 받아들인 관중들에게서 쏟아진, 이번에야말로 박수와 대함성 때문이었다.
「이겼을 때라는 건, 이렇게나 어이없는 것인가...」
니시우라 기수 본인조차 곤혹스러운 듯이 말한 이날의 승리였지만, 일본 경마에 있어 불멸의 업적으로서의 가치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재팬 컵의 결과는,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경마의 본고장이라 자타가 인정하는 미국이나 영국의 말들이, 처음으로 일본의 말에게 패배해 떠난 것이다. 레이스 후의 환영회에서 세계의 명기수, 관계자들로부터 축복의 폭풍우를 한몸에 뒤집어쓴 니시우라 기수는, 확실시 「세계의 카츠이치 • 니시우라」가 되어 있었다. 일본 경마 매스컴이 다소 복잡한 심경으로 이 뉴스를 보도한 것에 비해, 선입견 없이 레이스를 볼 수 있었던 본고장 쪽이 훨씬 솔직했고, 예를 들어 미국의 서러브레드 레코드에서는, "Ace of Japan"(일본의 에이스)라는 제목의 재팬 컵 관전기를 게재해, 카츠라기 에이스의 공로를 칭찬했다.
이렇게 해서 역사적인 재팬 컵은 막을 내리고, 싸움의 무대는 아리마 기념으로 옮겨간 것이다.
벌써 재팬 컵이 끝났네요
카츠라기 에이스가 강한 것도 있었고, 기수, 관계자들의 좋은 책략도 있었지만
다른 말들의 상태가 좋지 못했던 것, 서로가 너무 강했던 것으로 인한 여러 복잡한 상황들이 얽혀
카츠라기 에이스의 승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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