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
그건 그렇고, 야요이상에서 대소동을 일으켰던 사일런스 스즈카는 사츠키상 출주를 하기는 커녕, 반대로 3주간의 출주정지와 발주조교 재심사 처분을 받고 말았다. 다행히도 게이트 시험은 무사히 합격했기 때문에, 진영은 더비를 목표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출주정지 기간이 끝난 사일런스 스즈카는 우선 자기조건*인 500만 이하로 돌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자기조건에서 사일런스 스즈카의 그릇은 달랐다. 사일런스 스즈카는 여기서 다시 스타트부터 선두에 서고 그대로 그림자조차 밟지 못하게 하는 도주하는, 신마전과 같은 레이스로 아무런 어려움 없이 두 번째 승리를 거뒀다. 이번에도 「하고 싶은 대로」 달려 7마신 차, 그것도 처음인 중마장도 전혀 힘들어하지 않고 승리해 능력의 차이는 이제 분명했다. (* 자신의 수득 상금에 의해 출주할 수 있는 조건. ex) 500만 이상, 900만 이상 등)
「더비에 내보내고 싶다...」
사일런스 스즈카에 대한 하시다 조교사의 기대는 점점 커져만 갔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해의 더비 출주권 경쟁은 레벨이 상당히 높았다. 당시 상황으로는 2승마가 또 하나 평범한 오픈 특별을 이긴다 해도, 더비에 출주할 수 있을지 미묘한 정세였던 것이다. 이 시점에서는 단순한 2승마에 불과한 사일런스 스즈카가 확실하게 더비에 출주하는 방법은 단 하나, 더비 트라이얼 레이스에서 승리해 출주권을 따내는 것이었다.
사일런스 스즈카의 다음 레이스는 더비 트라이얼로, 처음에는 더비와 같은 도쿄 2400m 코스에서 개최되는 아오바상(G3)를 목표로 조정되었다. 하지만 세상은 좀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일런스 스즈카는 레이스 주에 구절염*이 발병하는 사고가 찾아와 버렸다. 수의사의 진단은 증상은 가볍지만, 아오바상은 물론이고 차주에 개최되는 마지막 더비 트라이얼인 프린시플 S에도 출주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 구절 - 사람의 발목과 비슷한 부분. 대표적으로 콘트레일도 발병했었다.)
그런데도 하시다 조교사는 프린시플 S(OP) 출주를 결단했다. 이때의 로테이션에 대해, 하시다 조교사는 후에
「프린시플 S 뒤가 더비가 아니었더라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의 마음은 다음 한 마디로 집약되어 있다.
「더비는, 별격입니다」
다행히 사일런스 스즈카의 컨디션 회복은 순조로웠고, 수의사의 진단보다는 훨씬 빨랐다. 그리고 사일런스 스즈카는 하시다 조교사의 생각에 응하듯, 컨디션이 불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승리하며 더비 출주권을 따냈다.
이 날은 인기가 적은 카이슈 호마레라는 말이 도주해 사일런스 스즈카는 2번째로 억누르는 경마가 되었지만, 이 날의 사일런스 스즈카는 합이 잘 맞았다. 인기가 낮은 말이 도주하면서 페이스는 상당히 느려져, 도주 · 선행마에게는 혹독한 오르막인 경마가 되었지만 사일런스 스즈카는 마치카네 후쿠키타루의 맹렬한 추격을 목 차이로 억누른 것이다.
무엇보다 이 날의 경마는, 하시다 조교사에게 있어서 결코 만족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하시다 조교사로서는 내용을 운운하기보다, 더 편하게 권리를 따내 더비에 가고 싶었다는 것이 본심이었다. 그럼에도 구절염으로 조정이 순조롭지 못했음에도 이겨버린 사일런스 스즈카의 뛰어난 능력에는 혀를 내둘렀다.
그럼에도 억누르는 경마가 된 것은, 이 날의 수확이었다. 직선이 긴 도쿄 코스에서, 그것도 거리도 2400m로 늘어나는 더비에서는 가능하면 도주하는 것이 아니라, 후위에 서는 것으로 타협하고 싶다. 그것이 하시다 조교사, 우에무라 기수의 공통인식이었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이 날 사일런스 스즈카는 승리함으로써 새로운 경지를 열어, 용감하게 더비를 향해 달려 나아가게 되었다.
『슬그머니 다가오는 불안』
사일런스 스즈카가 힘든 싸움 끝에 겨우 출주할 수 있었던 제 64회 도쿄 우준, 즉 일본 더비(G1)은, 절대적인 본명* 부재의 레이스로 여겨졌다. 평소라면 더비에서 최유력 후보가 되는 것은 사츠키상 상위조일 터인데, 그 사츠키상이 11번 인기 서니 브라이언과 10번 인기 실크 라이트닝으로 결착이 난 이 해에 한해서는 「그대로 결정된다」라 생각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 유력 후보, 우승 후보)
그런 가운데 인기의 중심이 된 것은 사츠키상(G1)에서 여력을 남기고 4착으로 패배해, 반격을 노리는 일본산의 메지로 브라이트였다. 거기에 야요이상(G2)를 압승한 러닝 게일, 교토 4세 특별(G3)를 승리한 「간사이의 비밀병기」 실크 저스티스 등이 뒤를 잇고, 사일런스 스즈카의 단승은 840엔으로 4번 인기가 되었다.
하지만 인기와 관계없이, 사일런스 스즈카 진영은 고민하고 있었다.
「거리를 견뎌낼 수 있을까?」
사일런스 스즈카의 본질을 중거리마로 보고 있던 하시다 조교사나 우에무라 기수에게, 도쿄 2400m는 아무리 생각해도 길었다. 그보다 200m 짧은 프린시플 S에서도, 이기기는 했지만 마지막에는 다리가 멈춰가고 있었다.
「지금까지처럼 도주로는 이길 수 없는 것 아닐까」
그런 사일런스 스즈카 진영의 고뇌에 결정적인 방향성을 준 것은, 사츠키상을 도주한 서니 브라이언 진영의 움직임이었다.
『싸우기 전부터 패배해 있었다』
서니 브라이언은 사츠키상(G1)에서 도주에 가까운 선행으로 스스로 슬로우 페이스를 만들어 내, 그대로 골까지 끈질기게 버티는 레이스 운영으로 클래식 제 1관을 손에 넣었다. 인기가 낮은 말의 도주라 평가는 낮았지만, 이 해 「삼관마」가 될 자격을 가지고 있던 것은 이 시점에서 이미 서니 브라이언 단 한 마리 뿐이다. 그리고, 그런 서니 브라이언에게 기승하는 오오니시 나오히로 기수의 발언은 연일 경마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했다.
「누가 오든 관계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경마를 할 뿐입니다」
「절대로 도주하겠습니다!」
사츠키상마의 주전 기수로 매스컴에 노출될 기회가 늘어난 오오니시 기수는, 더비에서 전법을 물을 때마다 자랑스럽게 말했다.
서니 브라이언 진영의 화려한 도주 선언을 본 하시다 조교사, 우에무라 기수는 생각에 잠겼다.
「사츠키상마와 선수 싸움을 벌여 공멸하는 것보다는, 타협할 수 있다면 타협해 좋은 위치에서 대기하는 경마를 하는 쪽이 안전하지 않을까?」
사일런스 스즈카를 지지해 준 팬들을 위해서도 꼴사나운 레이스를 할 수는 없다. 혹은 도주마에게 불리하다는 도쿄 2400m 코스에서 레이스 전 유력시되었던 많은 도주마들이 직선에서 마군에 삼켜져 간 과거의 광경, 그리고 더비의 역사가 그들의 머리를 스쳐지나갔을지도 모른다. 더비를 도주한다는 위업을 달성한 5년 전의 미호노 부르봉 같은 절대적인 강력함을 이 시기의 사일런스 스즈카에게 바라는 것은, 아무래도 가혹한 것이었다.
...하지만, 신이 아닌 하시다 조교사와 우에무라 기수에게는 그것이야말로 서니 브라이언 진영, 특히 오오니시 기수가 꾸민 책략이었다는 것은 깨닫지 못했다. 사일런스 스즈카를 둘러싼 사람들은, 레이스 전의 심리전에서 완전히 뒤처져 있었다.
게다가 이때 가장 중요한 사일런스 스즈카 자신도 상태가 변하고 있었다. 더비를 향한 혹독한 싸움으로, 사일런스 스즈카는 과로의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사실 여기에도 사일런스 스즈카 진영의 불협화음이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프린시플 S 직전 마지막 조교에서, 우에무라 기수는 그동안 계속해서 달려온 사일런스 스즈카를 신경 써, 말이 나아가는 대로 달리게 놔두었다. 근데 이때 더 강하게 몰기를 지시한 하시다 조교사는, 지시를 무시당한 것에 격노했다. 그 결과 우에무라 기수는 더비까지 사일런스 스즈카의 조교에 타지 못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여기서 우에무라 기수를 대신해 조교하게 된 것은 조교 조수였지만, 그 조수나 하시다 조교사는 사일런스 스즈카에게 오버 워크의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 결과가, 레이스 당일 극도로 흥분한 사일런스 스즈카의 모습이었다.
『막은 열렸지만』
일본 더비 당일, 오랜만에 사일런스 스즈카의 안장에 돌아온 우에무라 기수가 본 것은, 사일런스 스즈카의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흥분한 모습이었다. 우에무라 기수는 하시다 조교사로부터
「프린시플 S 때처럼 억누르는 경마를 해라」
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말을 잠깐 본 순간
「이러면 지시는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겠네」
하고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한다.
우에무라 기수는 결국 하시다 조교사의 지시대로 선두를 잡으러 가는 서니 브라이언을 지나가게 하고, 사일런스 스즈카의 고삐를 당겨 좋은 위치에 대기시키는 작전을 취했다. 말하자면 정통적인 정공법으로, 지난 레이스인 프린시플 S에서는 성공한 방법이었다. 그것을 다시 한 번 재현할 수 있다면, 사일런스 스즈카는 영관에 크게 가까워질 터였다.
하지만 이 날은 우에무라 기수의 우려대로, 그 안전책이 완전히 역효과를 내고 말았다. 앞으로, 앞으로 가고 싶어하는 사일런스 스즈카와, 있는 힘껏 말의 기세를 억누르려는 우에무라 기수의 호흡은 전혀 맞지 않았다. 우에무라 기수의 고삐를 거스르며 앞으로 나가고 싶은 사일런스 스즈카는 레이스 도중 완전히 입을 벌리고 「흥분」 상태가 되어있었다.
한편, 사일런스 스즈카가 억누름으로써 서니 브라이언은 유유히 단기 도주를 성공했다.
오오니시 기수는 자신의 스승이자, 서니 브라이언을 관리하는 나카오 센지 조교사로부터 이런 지시를 받았다.
「사일런스 스즈카가 오면, 억눌러라」
절대적인 스피드만 본다면, 서니 브라이언은 사일런스 스즈카에게 미치지 못한다. 그 사실은 나카오 조교사도, 오오니시 기수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서니 브라이언은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라고 생각한 우에무라 기수와 사일런스 스즈카는 서니 브라이언과 다투는 것을 스스로 포기하고 말았다. 서니 브라이언과 오오니시 기수는 스스로 건 경마장 바깥에서의 심리전을 통해 전개를 만들어 내, 사일런스 스즈카와의 선행 싸움의 필요성 그 자체를 없애버린 것이다.
『승자와 패자』
서니 브라이언이 도주해 슬로우 페이스의 레이스를 연출하는 가운데, 사일런스 스즈카는 전혀 나오지 않는 고(GO) 사인에 애가 타고 있었다. 이 날의 사일런스 스즈카를 보고 있으면, 마치 그의
「왜 오늘은 내 마음대로 가게 해주지 않는 거야?」
하는 외침이 들릴 정도로 평정심을 잃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본질적으로 가고 싶어하는 사일런스 스즈카에게 있어, 이런 페이스 속에서의 대기 작전은 고통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사일런스 스즈카가 아무리 거물이라 해도, 일본 최고봉의 레이스에서 이런 달리기를 해서는 이길 수 있을리 없었다. 최후의 직선에 들어가 계속해서 그보다 앞서가던 서니 브라이언의 달리기가 거욱 강력함을 더해가는 반면, 사일런스 스즈카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일 없이 후퇴하기 시작해 그대로 순식간에 마군 속으로 가라앉았다. 서니 브라이언 2관 달성의 그늘에서, 사일런스 스즈카의 더비는 17마리 중 4번 인기로 9착이라는 산산조각난 결과로 끝나고 말았다.
출주할 수 있는 것은 생애 단 한 번, 모든 경주마 대다수에게는 출주하는 것조차 꿈으로 끝나버리는 일본 더비에, 천부적인 재능만으로 출주를 달성한 사일런스 스즈카였지만, 그런 영광스러운 무대에서 그가 맛본 것은 씁쓸한 패전의 맛이었다.
하지만 이 결과는 어떤 의미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정직한 것으로 최고의 달리기를 한 말이 이기고, 자신의 달리기조차 하지 못한 말이 패배한 것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자신의 달리기조차 하지 못한 패배는 후회가 남는 것이고,
「만약 도주했더라면... 이긴 것은 실크 저스티스였을테죠」
라는 우에무라 기수의 말은, 적의 생각에 속아넘어가 자신의 달리기조차 하지 못했던 패자의, 최소한의 고집이었을지도 모른다.
※ 모든 열전은 원작자의 허락 하에 번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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