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런스 스즈카 열전 : 영원한 환상 4

1997 마일 CS의 사일런스 스즈카 - http://turfdust.cocolog-nifty.com/blog/2022/02/post-b2a5cf.html

 

 

『1년 전의 가을』

 

일본 더비 이후 니부타니 경종마 육성 센터로 방목된 사일런스 스즈카는 역시나 봄의 혹독한 싸움의 영향이 있었는지, 상당히 지친 모습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사일런스 스즈카도 시원한 북쪽 대지에서 여름을 지내자 완전히 리프레시 되어, 하코다테 경마장을 거쳐 릿토로 돌아왔다. 사일런스 스즈카에게 있어, 싸움 속에서 지내는 첫번째 가을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큰 기대와는 반대로 눈에 띄는 실적은 프린시플 S(OP) 우승만으로 끝난 사일런스 스즈카의 4세(현 3세) 봄은, 하시다 조교사에게 있어 도저히 만족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 반성을 토대로 사일런스 스즈카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시행착오가 시작됐다. 

 

우선, 첫 경주인 고베신문배(G2)에서는 봄과 달리 억누르는 경마를 그만두기로 했다. 사일런스 스즈카의 경우 실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문제는 그 실력을 얼마만큼 발휘하는가에 있다. 그래서 봄은 가고 싶어하는 성격의 사일런스 스즈카에게 억누르는 경마를 배우게 하려 했지만, 실제로는 말을 잘 다루지 못해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말이 기분 좋게 달리게 하는 것을 중시하고, 말이 달리는 기세에 맡기자는 것이 된 것이다.

 

그 결과는 마치카네 후쿠키타루의 2착이라는 것이었다. 그 날 사일런스 스즈카를 제친 마치카네 후쿠키타루는 후의 킷카상마지만, 당시에는 아직 프린시플 S (OP)에서 2착에 들어간 것이 눈에 띄는 정도의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이 결과도 사일런스 스즈카에게는, 도저히 만족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이 날 자유롭게 도주하게 한 사일런스 스즈카의 달리기는 보기에도 기분이 좋아 보여, 억눌렀을 때의 답답함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 날의 패인은 말 때문이 아니라, 제 4코너에서 세이프티 리드가 아닌데도 세이프리 리드라고 잘못 생각해 말을 그 이상 몰지 않은 우에무라 기수의 방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에무라 기수는 이 레이스를 마지막으로 사일런스 스즈카의 안장에서 강판되고, 그 후 두 번 다시 (스즈카의)레이스에 기승하는 일은 없었다.

 

 

『첫 천황상』

 

사일런스 스즈카의 다음 경주는, 고베신문배(G2) 2착으로 우선 출주권을 얻은 킷카상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천황상·가을(G1)으로 결정됐다. 사일런스 스즈카는 모계가 원래부터 단거리 혈통이고, 선데이 사일런스도 본질은 장거리마가 아니라는 혈통적인 문제가 주된 이유였다.

 

천황상·가을(G1)이라고 하면, 고마들의 대목표로서 고마도 포함한 강호들이 집결하는 레이스다. 2000m라는 거리는 정말이지 사일런스 스즈카에게 적격이라고 했지만, 적의 레벨도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봄의 중장거리 전선의 중심이 된 마야노 탑건은 고장으로 은퇴, 마벨러스 선데이도 고장으로 휴양중, 사쿠라 로렐은 프랑스 원정중...으로, 본래 그곳에 있어야 할 유력마들이 빠져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전년도에 사상 처음으로 4세(현 3세)에 천황상·가을(G1)을 제패한 버블껌 펠로우, 전년도의 오크스마로 후에 연도대표마로 빛난 여걸 에어 그루브가 출주해, 인기의 중심이 되고 있었다.

 

반면에 사일런스 스즈카는 어땠을까. 확실히 당시의 천황상·가을(G1)에서는, 2년 연속 선데이 사일런스 산구의 유력 4세(현 3세)마가 출주해, 결과를 남기고 있었다. 1997년에 제뉴인이 2착으로 연대를 달성하고, 1998년에는 버블껌 펠로우가 우승했다는 실적은 사일런스 스즈카에게 있어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봄의 클래식에서 주역을 다투던 제뉴인, 전년도의 아사히배 3세 S (G1)을 제패하고, 골절이 없었다면 봄의 클래식 중 하나를 이겼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만한 실적을 갖고 있던 버블껌 펠로우와 비교했을 때, 주요 승리가 프린시플 S라는 사일런스 스즈카는 크게 뒤떨어진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이 날은 안장에 베테랑인 카와치 히로시 기수를 맞이한 사일런스 스즈카였지만, 적어도 이 시점에서는 전년도, 전전년도에 호주(好走)했던 두 마리의 4세(현 3세)마에 비교하면 상당한 격의 차이를 부정할 수 없었고, 무모한 도전이라고 해도 어절 수 없는 선택이었다.

 

 

『원형(原型)』

 

세평에서는 높은 잠재력이 혈당(穴党 = 언더독, 역배를 노리는 사람)들의 주목을 모아, 단승 1760엔의 4번 인기로 지지받은 사일런스 스즈카였지만, 당일의 작전은,

 

「기습인가?」

 

하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었다. 역전의 강호를 적으로 돌린 사일런스 스즈카는, 이 날 유례 없던 대도주를 해버린 것이다.

 

이 날의 대도주는 사전에 의도한 것이 아니라, 카와치 기수가 스타트 후에 사일런스 스즈카를 억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자 곧바로 말의 달리는 기세에 맡기는 작전으로 전환한 결과였지만, 전반 1000m를 58초 5의 하이페이스로 이끌어 정면 맞은편에서 후속과 10마신 이상의 대차를 벌려 도주하는 그 달리기는, 이듬해 완성기에 보여주는 달리기의 원형이나 다름없었다. 

 

무엇보다 도주하는 작전은 같아도, 능력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제 4코너에서도 후속과 약 5마신차를 벌리고 도주해, 이 시점에서는 까딱하면 하고 생각하게 하는 달리기를 보여준 사일런스 스즈카였지만, 직선 내리막길에서 전년도의 패자 버블껌 펠로우에게 따라잡히고, 그 후에는 완전히 힘이 다해 마군에게 삼켜지고 말았다. 사일런스 스즈카는 결국, 게시판에도 나오지 못하는 6착으로 패배했다. 

 

그러나 이 날의 사일런스 스즈카의 대도주는, 6착이라는 결과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상쾌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또, 6착이지만 승리한 에어 그루브, 2착의 버블껌 펠로우와는 차이가 났지만 3착 이하와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 시점에서도, 도주에 열중할 때의 사일런스 스즈카의 실력은 평범한 고마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 것이었다.

 

 

『미주(迷走)』

 

천황상·가을(G1) 후, 원래의 예정대로 사일런스 스즈카는 케이한배(G3)에 출주할 예정이었다. 당시의 케이한배는 교토 잔디 1800m 코스에서 개최되는 G3로, 중거리마 사일런스 스즈카에게는 딱 좋은 거리였다. 격으로서도, 중상 미승리인 것을 생각하면 딱 좋은 수준의 레이스로 생각됐다.

 

하지만, 그 예정을 틀어지게 한 것은 사일런스 스즈카가 홍콩국제컵 일본대표로 선출됐다는 소식이었다. 

 

홍콩국제컵은 12월에 개최되는 잔디 1800m의 레이스(당시 국제 G2)였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중상 미승리마가 마음 편하게 출주할 수 있는 레이스가 아니다. 그런데 이 해는 다른 엔트리한 말들과의 힘의 관계에서, 사일런스 스즈카가 선출되어 버린 것이다.

 

등록은 했지만, 하시다 조교사도 사일런스 스즈카의 선출에 대해서는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다. 케이한배(G3) 출주라는 것은 홍콩국제컵 불출주를 전제로 한 예정이라, 그 전제가 바뀐 이상 출주 예정의 대폭적인 재검토는 불가피했다.

 

그 해 홍콩국제컵은, 12월 14일 개최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사일런스 스즈카에게 있어 첫 해외 원정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준비 기간은 조금이라도 긴 편이 좋았다. 그렇다면, 11월 22일의 케이한배에 출주하는 것은 득책이 아니다.

 

그래서, 사일런스 스즈카의 다음 레이스는 출주가 1주일 앞당겨져 급하게 마일CS (G1)으로 변경되었다.

 

 

『승산 없는 싸움』

 

그러한 경과로 급출주가 결정된 마일CS (G1)은, 그런 소란에 비례하듯이 여러 면에서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사일런스 스즈카에게 있어, 이 때는 만전의 태세로 싸울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기 어려웠다.

 

레이스를 앞둔 말의 미묘한 컨디션에서는, 출주 레이스 자체의 변경이 크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게다가 이때는 천황상·가을(G1)으로부터 불과 2주라는 가혹한 로테이션으로, 거리도 신마전 이후 첫 마일전이었다. 상대 관계도 G1에 어울리게, 후에 세계 최강의 마일러로 뛰어 오르는 타이키 셔틀을 시작으로 강하고, 그리고 마일전을 자신 있어하는 라이벌들이 모여있었다. 그 중에서도 사일런스 스즈카에게 가장 불운했던 것은, 출주마 중 오카상마 쿄에이 마치가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 쿄에이 마치는 사일런스 스즈카나 타이키 셔틀과 같은 4세(현 3세)마지만, 사일런스 스즈카와 마찬가지로 강렬한 도주를 최대의 무기로 하는 말로 오카상에서는 진흙투성이의 불량마장 속에서 메지로 도베르를 5마신차로 완봉한 실적을 가진 정품 마일러이기도 했다. 

 

완전히 똑같은 타입의 도주마가 두 마리 있다는 것은, 서로에게 있어 크나큰 마이너스다. 격렬한 도주 경쟁이 되어도 실적 상위, 도주만 해 온 쿄에이 마치는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그걸 알고 있던 만큼, 사일런스 스즈카에게는 싸우기 전부터 힘든 싸움인 것은 분명했다.

 

게다가 이때 사일런스 스즈카 진영은, 조정 과정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구사 안에서 언제나 빙글빙글 돌고 있던 사일런스 스즈카를 멈추게 하기 위해, 사일런스 스즈카의 구사에 다다미를 매달아 버린 것이다.

 

사일런스 스즈카에게는 입구* 전부터 구사 안에서 항상 빙글빙글 도는 이상한 버릇이 있었다. 큰 영향이 없는 버릇처럼 보이지만, 그리 넓지도 않은 구사를 너무 빠른 스피드로 돌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신체 일부를 벽에 부딪혀 다칠까봐 늘 조마조마해 했다.

 

그 일은 사일런스 스즈카를 담당하는 카모 구무원도 마찬가지로, 그때까지도 여러모로 손을 써봤지만 사일런스 스즈카는 어떻게 해도 구사 안에서 도는 것을 멈춰주지 않았다. 그래서 마일CS (G1)을 앞두고 카모 구무원은 마침내 강경수단에 나선 것이다.

 

좁은 구사 안에서 다다미를 매달아 놓으니, 역시나 사일런스 스즈카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돌지 못하게 된 사일런스 스즈카는, 어느 때보다 초조해 보였다.

 

그 결과인지 어떤지, 마일CS (G1) 당일 사일런스 스즈카는 평소에 비해 분명하게 흥분해 있었다. 자유인의 자유를 빼앗는 것이 결코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꽤 있는 이야기지만, 도는 자유를 빼앗긴 사일런스 스즈카도 이때는 자유를 빼앗긴 죄수 같은 기분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미안해, 스즈카』

 

스타트와 함께 뛰쳐나온 사일런스 스즈카였지만 레이스 전개도 맞지 않았고, 예측대로 쿄에이 마치도 선수를 양보하지 않아 격렬한 도주 경쟁이 되어 버렸다. 사일런스 스즈카, 쿄에이 마치라는 두 마리의 도주마가 경쟁하면서 페이스는 빨라졌다. 1000m 지점에서의 랩 타임이 56초 5라는 건, 아무리 그래도 터무니 없었다.

 

광기의 레이스의 대가는, 15착이라는 생애 최악의 패전이었다. 사일런스 스즈카는 직선 입구 부근에서는 이미 힘이 다해, 마군에 가라앉아 갔다.

 

하지만 똑같이 레이스를 이끈 쿄에이 마치가 2착으로 버텨냈으니, 사일런스 스즈카의 패인을 페이스 탓으로만 볼 수는 없다. 레이스 후에는 사일런스 스즈카가 레이스 중에 안장에 쓸린 상처가 있는 것도 밝혀졌지만, 역시 패인은 레이스에 이르는 조정 과정에 만전을 기하지 못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해야 할 것이다.

 

레이스 후, 카모 구무원은 즉시 구사에 매단 다다미를 빼고, 사일런스 스즈카에게 사과했다.

 

「미안해, 쓸데없는 짓을 해서...」

 

그것이 카모 구무원의, 사일런스 스즈카에 대한 정직한 마음이었다.

 

 

『무성영록(無声鈴鹿)』

 

마일 CS (G1)에서 참패한 사일런스 스즈카였지만, 홍콩 원정 예정에는 변함 없이, 샤틴 경마장으로 떠나고 있었다.

 

하지만, 이때 안장 위에 카와치 기수의 모습은 없었다. 홍콩국제컵 (국제G2)와 같은 날 일본에서 열리는 스프린터즈 S (G1)에 기승 예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일런스 스즈카의 안장 위에 지명된 것은, 일본 기수계에 군림하는 넘버원 기수 · 타케 유타카였다.

 

「무성영록」

 

그것이, 홍콩식의 한자 이름을 붙인 사일런스 스즈카였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일반 신문은 물론 스포츠지조차 「무성영록」의 원정을 크게 보도하는 곳이 없었다. 국내 최강마 사쿠라 로렐의 푸아상 원정, 최하위 참패의 아픔은 기자, 그리고 경마인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었다. 일본 최강마가 통하지 않았던 세계의 경마에 도전하는 중상 미승리마가, 거대한 풍차에 싸움을 거는 돈키호테로 보였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얘기였다.

 

레이스 다음 날, 일부 스포츠지에 사일런스 스즈카가 5착으로 패배했다는 기사가 아주 작게 실렸다. 그 기사를 읽은 기특한 사람들의 감상도, 대부분

 

「역시나」

 

라는 것이었다. 혹은,

 

「중상 미승리마가 잘했네」

 

라는 것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일런스 스즈카의 홍콩 원정은, 거의 기대 없이 시작되어 거의 주목받지 못한 채 끝났다.

 

하지만, 이 레이스에서 크나큰 의미를 발견한 남자가 있다. 안장 위의 타케 유타카 기수다.

 

사일런스 스즈카는 여느 때처럼 도주했고, 그리고 패배했다. 하이페이스로 날아, 직선 절반이 지나도록 선두로 레이스를 이끄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마지막에는 세계의 강호들에게 따라잡혔다. 이긴 것은 발스 프린스라는 말로, 2착에는 이듬해 야스다 기념 (G1)에서 일본으로 원정을 떠나 타이키 셔틀의 2착에 들어간 오리엔탈 익스프레스의 이름도 보인다.

 

그러나 레이스 후, 타케 유타카 기수는

 

「이 말은 괴물이다」

 

하고 말을 흘렸다. 「천재」라 불린 남자는, 이 날의 패배에서 사일런스 스즈카에게 무엇을 느꼈을까.

 

귀국 후, 타케 유타카 기수는

 

「이 말은 절대 억누르지 않고 가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후 타게 해주신다면, 그런 경마를 하고 싶습니다.」

 

하고 하시다 조교사에게 진언했다. 그 진언은, 동시에 타케 유타카 기수의 「사일런스 스즈카에게 타고 싶다」라는 의사표시이기도 했다.

 

일본 최고의 기수이자, 어떤 큰 레이스라도 말에 기승하는데는 전혀 곤란하지 않은 타케 유타카 기수가, 4세가 끝나가려는 시기의 중상 미승리 말에게 자기 쪽에서 타고 싶어한다.보기에 따라서는 너무나도 기묘한 그들의 만남으로 인해, 새로운 계절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모든 열전은 원작자의 허락 하에 번역하고 있습니다

원글 : https://retsud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