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
새해가 밝아 5세가 된 사일런스 스즈카는 하시다 조교사의 의향으로 중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싸우게 되었다. 사일런스 스즈카를 중거리마로 키워온 하시다 조교사에게는 이미 정해진 노선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그 선택은 동시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것이기도 했다. JRA의 봄 편성을 보면, 중거리 고마에게 목표로 할만한 큰 레이스가 편성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중거리왕을 노리는 사일런스 스즈카는, 도대체 어디를 목표로 뛰어야 좋을까.
중거리마 진영에 있어서 선택지는 두 가지밖에 없다. 하나는, 거리 적성의 불리함을 알면서 천황상·봄이나 야스다 기념이라는 G1의 명예로운 무대에 도전하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어디까지나 거리 적성에 충실하게, 주목도가 떨어지는 G2, G3 또는 오픈 특별의 중거리 레이스를 선택해 달리는 것이다.
하시다 조교사가 사일런스 스즈카의 로테이션으로 선택한 것은, 후자였다. 사일런스 스즈카는 그때까지 1800m에서 2200m의 중거리전에서만 좋은 성적을 남겼다. 거리 적성이 없는 큰 레이스를 무리하게 싸워 불안정한 성적밖에 남기지 못하는 일류 아래가 되기보다는, 중거리라면 초일류라는 스페셜리스트를 노리고 싶다. 이 선택은 하시다 조교사의 강력한 의사 표시였다.
『쾌진격은, 남모르게』
사일런스 스즈카의 5세 첫 싸움은 도쿄 잔디 1800m에서 개최되는 오픈전·발렌타인 스테이크스가 되었다. 아직 추위가 혹독한 2월에 개최되는 중상조차 아닌 오픈 특별에 출주하는 말들은, 일류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먼 레벨의 말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일런스 스즈카가 이 레이스에 출주해도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팬은 거의 없었다. 왜냐하면, 이때 사일런스 스즈카는 그 정도의 말에 불과했으니까. 9전 3승, 승리는 신마전, 500만 이하의 오픈 특별. 실적으로 이 정도의 말을 「일류」라고 부른다면, 국어사전은 대폭 고쳐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시 이 레이스가 하나의 전설의 개막이 되리라는 것을 아는 자는 아직 그리 많지 않았다.
『연승가도』
사일런스 스즈카는 다음 레이스인 나카야마 기념(G2)에서 G1 게시판의 단골 로젠 카발리에, 사츠키상마 이시노 선데이라고 하는 같은 선데이 사일런스 산구의 실적마를 상대로 싸워 또다시 도주해 승리해 보였다. 마지막에는 다리가 완전히 멈췄지만, 그럼에도 골판 앞을 달려나갔을 때 최후방에서 제치며 달려온 로젠 카발리에는 아직 사일런스 스즈카보다 1과 3/4 마신 뒤에 있었다.
본격화된 사일런스 스즈카의 발렌타인 스테이크스, 나카야마 기념에서의 연승을 보면, 고마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천황상·봄(G1)에 나가보자는 욕심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충실했다. 하지만, 하시다 조교사는 천황상·봄(G1)은 쳐다보지도 않고 사일런스 스즈카를 코쿠라 대상전(G2)으로 향하게 했다.
천황상·봄(G1) 2주 전에 열리는 코쿠라 대상전(G2)는 천황상·봄(G1)까지 1주 간격이기 때문에, 천황상 참가조의 참전은 거의 없다. 레이스 자체가 강한 말이 불리한 핸디캡 레이스이고, 애초에 일류마가 나오는 것으로 예정된 레이스가 아니었다. 실제로 나카야마 기념(G2)를 막 이긴 사일런스 스즈카는, 여기서는 57.5kg의 탑 핸디캡을 짊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사일런스 스즈카는 여기서 단승 120엔의 압도적인 인기에 부응해, 또다시 도주로 중상 연승을 장식했다. 게다가 이번 승리는 직선에서 타케 유타카 기수가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끝났다는 완벽한 승리였다. 1분 46초 5의 승리 타임은, 주쿄 1800m의 레이스 레코드이기도 했다.(이 해의 코쿠라 대상전은 코쿠라 경마장이 개수 공사 중이었기 때문에 주쿄 경마장 개최였다) 오픈 3연승, 그것도 전부 도주한다는 무시무시한 레이스 내용으로 일부 사람들은 점차 자신들이 보고 있는 말이 어쩌면 엄청난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깨닫기 시작하고 있었다.
『중거리왕으로의 제 1관문』
이렇게 세간의 평가도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던 사일런스 스즈카의 다음 레이스로서는 야스다 기념(G1)의 출주라는 그럴듯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사일런스 스즈카의 스피드는 마일이야말로 살아나는 것 아닌가」
라는 것이다. 이 해의 야스다 기념은, 전년도에 마일 챔피언십, 스프린터즈 스테이크스라는 가을의 단거리 G1을 연패해 나중에는 세계의 명 마일러의 지위로 뛰어오르는 타이키 셔틀이 압도적 인기가 되는 것이 예상되고 있었지만, 명백히 본격화된 사일런스 스즈카가 참전한다고 하면 레이스는 돌연 재미있어진다. 최종 등록에 사일런스 스즈카의 마명이 있었던 것도 있어, 사일런스 스즈카의 야스다 기념 참전은 현실감이 있는 꿈으로서 기대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하시다 조교사는 최종적으로 야스다 기념을 회피하고 킨코상(G2)를 노리기로 결정했다. 사일런스 스즈카가 마일전에 출주한 것은 생애 2번. 신마전, 그리고 4세 때 마일 챔피언십에서 15착으로 대패했을 때 뿐이다. 마일 챔피언십에서의 패인으로는 본격화되기 전이었던 것, 동형의 쾌속마 쿄에이 마치와의 선두 싸움이 되어 단기로 도망치지 못했다는 것도 있었지만 하시다 조교사 자신이 처음부터 사일런스 스즈카를 중거리마로 육성하려는 의도 아래 육성해왔다는 사정도 무시할 수 없었다. 결국 하시다 조교사는 초심을 관철해 중거리 노선을 철저히 고수하기로 한 것이다.
이리하여 야스다 기념을 회피한 사일런스 스즈카의 다음 레이스로 선택된 킨코상은, G2로서는 강적들이 모여 사일런스 스즈카에게 있어 타카라즈카 기념(G1) 전의 큰 관문이 되었다. 사일런스 스즈카의 앞을 가로막는 라이벌로서는 우선 전년도의 클래식 호스 · 마치카네 후쿠키타루가 있다. 마치카네 후쿠키타루는 전년도 가을에 고베신문배(G2), 교토신문배(G2)의 양 트라이얼에 이어 킷카상(G1)도 제패하고, 이 날이 고마가 되고 나서 휴양 후의 첫 레이스였다. 또 미드나이트 베드는 교토금배(G3), 교토기념(G2) 등 6연승 중이었고, 타이키 엘도라도도 휴양에 들어가기 전에는 아르헨티나 공화국배(G2)를 포함해 4연승을 하는 등 많은 유력마가 연승 중에 킨코상으로 모여들었다.
이처럼 로컬의 G2로서는 강한 출주마들이 즐비한 킨코상이었지만, 자신도 중상 2연승을 포함해 3연승 중인 사일런스 스즈카는 자신의 연승가도뿐만 아니라, 큰 차로 도주하는 강렬한 승리 패턴을 갖고 있어 다른 말을 꺾고 팬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아 단승 200엔의 1번 인기가 되었다.
사일런스 스즈카에게 있어서도 킨코상은 언젠가 확실하게 가로막아 설 것이 틀림없는 여제 에어 그루브, 천황상·봄(G1)을 압승한 메지로 브라이트, 전년도에 4세에 아리마 기념(G1)을 제패한 실크 저스티스라는 당시의 일선급의 강호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멈춰 설 수 없는 레이스였다.
「상태는 최고다. 진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그렇게 단언한 사일런스 스즈카 진영에 있어, 그 말은 자신감과 함께 정점을 목표로 하는 결의의 표현이었다.
『그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진영의 결의를 이야기해 주듯 게이트가 열리자 사일런스 스즈카는 언제나처럼 멋진 대시력으로 게이트에서, 그리고 마군에서 뛰쳐나오자 그대로 후속과 크게 차를 벌려갔다. 제 2코너 부근에서는 5마신 정도, 그리고 정면 맞은편에서는 10마신은 벌어졌을까. 그 차를 세는 것이 우스울 정도로, 대도주라고 하기에 충분한 차이가 있었다.
페이스가 빠른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후속 기수들은 사일런스 스즈카를 보낼 만큼 보내고, 직선에서 사일런스 스즈카가 지쳤을 때 덮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또 수많은 관중들도 사일런스 스즈카가 이대로 도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이긴다 하더라도, 어딘가에서 멈춘다. 문제는 골판까지 다른 말이 따라잡을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일런스 스즈카가 제 3코너에 접어들 무렵부터 주쿄 경마장의 공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뭐야? 이건」
이때의 주쿄는 함성이라던가, 놀람이라던가 하는 것보다 뭔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한 것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그런 기묘한 분위기에 지배되고 있었다. 웃음을 터뜨린 팬도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공기의 흔들림은, 제 4코너에서 결정적인 것이 되었다. 그 차가, 좁혀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반대로 뒤쪽과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터프를 달리는 전율』
관중석에서 갑자기 박수가 터져 나왔다. 누가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주변 사람들도 차례차례 따라 해 박수가 퍼져 나간다.
사일런스 스즈카가 골판에 다다랐을 때, 그를 맞이한 것은 팬들의 성대한 박수였다. 이제는 게시판을 볼 것도 없이 중상 클래스에서 드문 대차승임이 틀림없었다. 2착 이하는 격전이었지만, 그쪽을 보고 있던 팬은 거의 없었다. 그 누구나 손익을 넘어 사일런스 스즈카의 1인 극에 취해 있었다.
박수를 받으며 골이라는 좀처럼 없는 경험을 한 타케 유타카 기수였지만, 이때 그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뒤에서는 아무것도 오지 않는다. 팬들은 묘하게 기뻐하고 있다. 그의 머리에 문득 이런 불안이 스쳐 지나갔다.
『혹시나 재출발*이었던 것 아닐까?』
재출발*이란, 게이트가 동시에 열리지 않고 한 마리만 출발해버리는 것이다. 물론 재출발이라면 스타트해 버린 말도 곧바로 멈출 수 있다. 2000m를 달릴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타케 유타카 기수가 그런 있을 수 없는 것을 의심할 정도로, 이날의 레이스는 압권이었던 것이다. (* カンパイ=칸파이 / 부정 출발, 게이트 고장 등으로 출발을 다시 하는 것. 어원은 컴백)
승리 타임인 1분 57초 8은 주쿄 2000m 코스 레코드를 10년 만에 새로 쓰는 것이었다. 코쿠라 대상전(G3)에 이은 연속 레코드, 그리고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대차승. 이러한 승리는 지금까지 일류의 적과 싸우는 일이 없었던 사일런스 스즈카를 사람들에게 일류마로서 인식하게 할 뿐 아니라, 중거리왕의 지위에 가장 가까운 자로서의 평판을 쟁취하는 것이었다.
※ 모든 열전은 원작자의 허락 하에 번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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