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열전마의 현역 당시 마령 표기에 따라 구 연령(세는 나이) 표기를 사용합니다
『남자들의 도전』
안장 위에 나카노 기수를 맞이한 아이네스 후진은 여름 경마가 끝나고 다시 시끌벅적함이 돌아온 9월의 나카야마에서 데뷔했다. 초전은 잔디 1600m의 신마전 11두 중 2착으로, 그럭저럭한 출발이다.
이 결과를 받고 2주 뒤에 향한 신마전의 리벤지에서는 1번 인기로 지지 받았지만, 처음으로 도주하는 경마인데다 중마장이었기에 마지막에 속도를 잃어 근소하게 추월당해 타임차가 없는 2착에 그쳤다. 역시 그렇게 손쉽게 승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카토 조교사 등은 아이네스 후진의 장래성에 대한 기대를 점점 부풀리고 있었다. 그들을 놀라게 한 것은 2차전의 타임이다. 중마장임에도 불구하고 도주로 1분 35초 5의 타임을 낸 아이네스 후진은, 역시 보통 그릇이 아니다.
아이네스 후진은 이어진 3차전인 미승리전에서 여유로운 도주승을 거두며 기념할 만한 첫 승리를 거뒀다. 이후 카토 조교사는 미승리전을 갓 따낸 1승마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네스 후진을 아사히배 3세 스테이크스 (G1)에 출주시키기로 했다. 이 이례적인 로테이션도, 물론 아이네스 후진의 끝없는 실력과 무한한 가능성을 믿었기 때문이다.
『도주하는 천재소녀』
아사히배에서 아이네스 후진의 인기는 단승 1150엔으로 15마리 중 5번째였다. 전형적인 「아나 인기(穴人気)*」라고 할 수 있고, 오히려 1승마 치고는 높은 인기라고 할 수도 있다. (* 구멍(穴) 인기란, 실력에 비해 예상 이상의 인기를 받는 경우)
지난 레이스에서 도주한 아이네스 후진이었지만, 이날 도주를 예상한 예상가는 거의 없었다. 왜냐하면 출주마 중에 3연승 중인 쾌속 암말 사쿠라 사에즈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쿠라 사에즈리는 그때까지 레이스는 전부 도주 하나만으로, 압도적인 스피드를 보이며 케이세이배 3세 스테이크스 (G2)를 제패했었다.
그리고 스타트와 함께 뛰쳐나온 것은 대부분의 예상대로 사쿠라 사에즈리였다. 무리하게 나아가는 레이스밖에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완성도 때문에 마권적으로도 1번 인기와 근소한 차이인 2번 인기로 지지되고 있던 사쿠라 사에즈리는 그야말로 「천재소녀」라 불리는 별명대로, 도주하고 도주하고 도주한다. 스피드가 넘쳐흐르는 그녀의 선도를 따라 레이스의 페이스는 치솟아 간다.
그런 가운데 스타트 직후 좋은 위치에 선 아이네스 후진은 그대로 좋은 위치에서 경마를 하는 듯했다. 그 위치에서는 중반에 일단 억눌러 다리를 아끼고, 직선에서 앞을 찌르고 후속이 나오지 못하게 억제하는 것이 정석이다. 나카노 기수도 그 정석을 따라 고삐를 억눌렀다.
『상자 속의 실락(失楽)*』
(* 즐거움을 잃음)
하지만 남아도는 아이네스 후진의 투지는, 이미 나카노 기수의 고삐조차 억누르지 못하는 수준이 되어 있었다. 하이페이스로 도주하는 사쿠라 사에즈리와의 차를 곧바로 좁혀, 적극적으로 싸움을 걸었던 것이다. 나카노 기수도 도중부터 무리하게 억누르는 것을 포기하고 말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그렇게 되면 레이스가 어떻게 될지는 뻔하다. 사쿠라 사에즈리는 원래부터 도주마이니 아이네스 후진이 승부를 걸어왔다고 해서 물러설 의지는 털끝만큼도 없다. 1000m 통과 타임은 56초 9로, 구 3세전(戦)의 페이스가 아니다. 그럼에도 두 마리는 격렬한 몸싸움을 계속해, 느슨함이 없는 맹렬한 페이스인 채로 직선으로 몰려간다. 레이스를 이 정도 하이페이스로 이끌었다면, 일반적인 말은 직선에서 무너져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직선에 들어가도, 앞의 두 마리는 무너지지 않았다. 직선 중반에도 아이네스 후진, 사쿠라 사에즈리의 치열한 싸움은 계속된다. 두 마리의 격렬한 싸움 중에도 후속과의 차이는 좁혀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하이페이스로 도주하면서도 멈추지 않는다.
남은 100m 지점에서, 아이네스 후진은 겨우 사쿠라 사에즈리와의 경쟁에서 승리했다. 일단 승부가 나가, 뒤는 빨랐다. 아이네스 후진은 사쿠라 사에즈리와의 차를 벌리며 2마신 반차를 내고 골로 달려나갔다.
『1분 34초 4』
두 마리의 치열한 매치 레이스에 손에 땀을 쥔 스탠드의 관중들이었지만, 아이네스 후진의 승리 타임이 게시판에 나타나자 그동안의 흥분과는 조금 다른 종류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1분 34초 4」
아이네스 후진의 승리 타임은, 아사히배 타이 레코드라는 좋은 타임이다. 하지만 웅성거림은 단지 타이 레코드라는 것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의 기분은 아마도 이랬을 것이다.
「1승마가 그 마루젠스키와 같은 기록을 낼 줄이야...!」
아이네스 후진의 승리 타임은, 경이로운 지입마* 마루젠스키가 1976년의 연말에 내보인 레코드 타임과 같은 것이었다. (* 해외에서 교배한 뒤 일본으로 건너와 출산한 망아지)
아사히배 3세 스테이크스는 1962년 나카야마 1200m에서 1600m로 거리 연장이 된 후, 2014년에 방송 체계 개편에 따라 한신 1600m로 조건이 변경될 때까지 나카야마 1600m에서 개최되어 왔다. 73년에 미호 란잔이 남긴 1분 35초 5의 레코드를 마루젠스키는 76년에 1초 1을 줄인 1분 34초 4라는 경이로운 타임으로 갱신했다. 그 후 12년간, 아사히배 3세 스테이크스는 12마리의 승리마를 배출했지만 마루젠스키의 레코드와 같거나, 깨기는커녕 1분 34초대의 타임을 남긴 말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본래라면 해마다 스피드를 늘려가는 서러브레드의 세계에서, 13년 전에 수립된 핵심 거리의 레코드가 깨지지 않는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마루젠스키의 이차원적인 능력에 경마인들은 경악하고, 전율했다. 매년과 같이 레코드가 새롭게 칠해져도, 마루젠스키의 아사히배 레코드만은 별격. 누구나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13년 전 만성적인 다리 불안에 시달리던 전설적인 명마 마루젠스키가 생애 단 한 번 「만전을 기하고」 레이스로 향한 아사히배에서 낸 전율의 레코드. 마루젠스키가 홀로 골에 뛰어들었을 때 2착은 아직 10마신 이상 뒤에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때의 강렬한 인상은 10년이 넘은 시간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뇌리에 새겨져 있었다. 미완성일 터인 구 3세마가 낸 타임으로서는 불멸의 기록이 되는 것은 아닐까,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기록적인 타임에 무려 1승마가 나란히 서고 말았다. 「관동의 아이네스 후진」의 이름은 하루아침에 1승마에서 G1마, 그것도 역사적 명마의 후보생으로 크게 날아오른 것이다.
그런 아이네스 후진의 G1 대관식을 TV 앞에서 보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와 자식의 모습이 있었다. 아이네스 후진의 생산자인 나카무라 키치베 씨와 그의 아들 코조 씨다. 당시 92세의 키치베 씨는 이미 죽을 병에 걸려 있어 그 생명의 등불은 꺼지기 직전이었기 때문에, 코조 씨도 홋카이도를 떠나지 못하고 TV로 관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생산마의 화려한 모습에 진심 어린 기쁨에 젖었고, 그리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키치베 씨는 아사히배 이후 불과 2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코조 씨는 아버지에 대해
「좋은 저승길 선물이 되었겠죠」
라고 했다. 키치베 씨는 자신이 어느 말보다 신경 쓴 말이자, 그리고 어느 말보다 신경 썼던 테스코 펄의 아들의 대관식을 보고 안심한 듯이 떠난 것이다.
『격전의 예감』
하지만 키치베 씨가 죽었다고 해서 아이네스 후진의 싸움도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는커녕, 이제부터야말로 실전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아사히배에서의 레이스 내용이 평가된 아이네스 후진은 1989년도 JRA 최우수 3세 수말로 선출되었다. 예전에는 클래식과 직결되지 않는다고 하는 아사히배 3세 스테이크스 (G1)이었지만, 이 무렵은 1986년 승리마 메리 나이스, 1987년의 승리마 사쿠라 치요노 오가 이듬해의 더비를 제패해, 점차 구 3세 왕자가 클래식으로의 기대를 모으게 되는 등용문과 같은 레이스로 변모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아이네스 후진도 당연히 클래식에 대한 기대를 모으게 되었다.
이듬해 1990년 교도통신배 4세 스테이크스 (G3)에서 시동을 건 아이네스 후진은 격이 낮은 말들을 상대로 깔끔하게 도주해, 클래식으로 이어지는 4세 전선에서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2착 와일드 파이어를 3마신차로 따돌리고, 다른 7마리를 상대조차 하지 않고 도주한 그 레이스 내용은 「3세 왕자, 건재」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충분했다. 이 시점에서 아이네스 후진이 클래식의 주역이 될 것은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네스 후진의 앞길을 막는 라이벌들도 잇따라 출사표를 던졌다. 먼저 아이네스 후진이 교도통신배 4세 스테이크스를 이긴 그날, 관서에서는 한 마리의 신성이 클래식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하이세이코의 피를 잇는 하쿠 타이세이가 키사라기상 (G2)에 출주해 한신 3세 스테이크스 (G1) 승리마 코가네 타이후를 격파하고, 5연승 중인 관서의 수말로서 사츠키상 유력 후보로 올라온 것이다. 그리고 아이네스 후진으로 굳어졌다고 생각된 관동에서도 또 한 마리의 강호가 출사표를 던지고 있었다.
『봄의 3강』
교도통신배 4세 스테이크스를 제패한 아이네스 후진은, 이어서 사츠키상 트라이얼·야요이상 (G2)로 향했다. G2 레벨에서는 실적이 우수한 아이네스 후진이 이날 단승 1.9배로 압도적 1번 인기로 지지되었다.
하지만 이날 나카야마 경마장은 공교롭게도 마장 상태가 나빠 아이네스 후진의 타고난 스피드는 완전히 묻혀버리는 형태가 되었다. 게다가 이날의 아이네스 후진은 중반에 흥분 기미를 보인 것이 화근이 되어 직선에서는 평소의 끈기를 보여주지 못한 채 가라앉았다.
아이네스 후진에게 이날의 4착이라는 착순은 데뷔 이래 최악의 결과였다. 한편으로는 불량 마장에도 아무렇지 않게 힘찬 말각을 내보이며 뻗지 못하는 아이네스 후진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훌륭하게 최후방에서 마군을 빠져나온 말도 있었다. 명문·메지로 목장이 비원의 봄 클래식을 향해 내보낸 큰 그릇·메지로 라이언이다. 이날의 나카야마 경마장은 최후방에서 몰아쳐오는 형태의 메지로 라이언에게 있어 유리하다고는 할 수 없는 조건이 겹쳐 있었지만 그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훌륭하게 추월해 승리해낸 레이스 내용은, 남다른 스케일의 크기를 느끼게 했다.
당시 메지로 목장은 이미 오너 일가를 포함해 천황상을 4번 이긴 일본 유수의 명문 목장이었지만 사츠키상, 그리고 더비라는 봄의 수마 클래식에는 아직 연이 없었다. 메지로 라이언은 「이번에야말로」라고 생각할 만큼의 강함을 야요이상에서 마음껏 보여준 것이다. 메지로 라이언은 당연하게도 수마 클래식 삼관의 제 1관문·사츠키상의 유력마가 되었다.
─ 하쿠 타이세이, 그리고 메지로 라이언. 아이네스 후진에게 강력한 라이벌들의 출현이다. 그 외에 1승마의 몸으로 스프링 스테이크스 (G2)에 도전해 5마신차의 압승을 장식한 아즈마 이스트도 있었지만 약한 멤버 사이에서의 승리로 그다지 평가가 높지 않아, 세간의 평가에서는 이 세 마리가 「3강」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여기에 클래식의 주역은 모두 나왔다. 도주하는 아이네스 후진, 좋은 위치에서 레이스를 진행하는 하쿠 타이세이, 그리고 강렬한 선입을 무기로 하는 메지로 라이언. 특기인 전법이 모두 다른 세 마리가, 큰 무대에서 어떻게 격돌할까. 팬들은 다가올 사츠키상 그리고 더비에서의 사투, 명승부의 예감에 가슴을 두근거리고 있던 것이다.
※ 모든 열전은 원작자의 허락 하에 번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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