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열전마의 현역 당시 마령 표기에 따라 구 연령(세는 나이) 표기를 사용합니다
『도주하는 정밀기계』
이 날의 아이네스 후진의 도주는 어떤 의미에서는 변칙적이었다. 일반적인 도주는 스타트 대시로 후속을 뿌리친 후에는 되도록 페이스를 늦추고, 마지막 공방에 대비해 다리를 아낀다. 하지만 이 날의 아이네스 후진의 도주는 달랐다.
이 날 아이네스 후진의 도주의 특징은 랩 타임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일본 더비를 우수한 타임으로 도주해낸 말로는 1997년의 서니 브라이언이 있다. 이 두 마리의 전반 6펄롱의 랩 타임은 다음과 같다. ( 1펄롱 = 약 200미터)
아이네스 후진 | 1990년 | 12.8 - 10.9 - 12.0 - 12.0 - 12.1 - 12.4 |
서니 브라이언 | 1997년 | 12.6 - 11.1 - 12.3 - 12.6 - 12.9 - 12.5 |
초반부터 단기 도주를 한 점은 같은 두 마리지만, 서니 브라이언은 일단 세이프티 리드를 잡았다고 보자 곧바로 페이스를 떨어뜨려 스태미나를 온존하는, 말하자면 왕도적인 도주를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아이네스 후진은 단기 도주를 확보한 뒤에도 숨을 고르지 않고 1펄롱 12초 전후의 랩 타임을 유지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서니 브라이언은 첫 2펄롱에서 안전권 리드를 잡자 3펄롱째에서 곧바로 페이스를 떨어뜨려 12초 중반대의 페이스를 형성하고 있는 반면, 아이네스 후진은 3펄롱째 이후에도 결코 느리지 않은 12초 전후의 랩 타임으로 계속해서 레이스를 끌고 간 것이다.
『첫 번째 함정』
아이네스 후진의 대도주에 팬들도 경악했다.
「괜찮은 거냐!?」
비명과도 같은 아우성이 후추를 뒤덮었다. 정면 맞은편에 들어갈 무렵에는 2번째 말과 5마신 정도의 차를 벌려, 문자 그대로 대도주였다. 팬들의 경악과는 관계 없이, 이 날의 아이네스 후진은 그저 홀로 자신의 달리기를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팬들은 경악으로 끝났지만, 경악만으로 끝나지 않았던 것이 뒤에 있는 기수들이었다.
「3세 왕자를 저렇게 기분 좋게 도주하게 둬도 되는 건가?」
자멸할 각오인 인기가 적은 말이라면 신경쓸 필요가 없다. 제멋대로 망할 뿐이다. 하지만 도주하고 있는 건 아이네스 후진으로 전년도의 3세 왕자이며, 사츠키상에서도 스타트 직후에 옆의 말과 부딪히는 불리함이 있었음에도 근소한 차이의 2착이었던 강호다. 그리고 그들은 알고 있었다. 후속과의 차이만 보고 판단하면 착각하기 쉽지만, 실제 랩 타임은 겉보기만큼 빠르지 않다는 것을.
이것이 정말 슬로우 페이스라면 아이네스 후진을 빠르게 따라잡으러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네스 후진이 만들어낸 페이스는 가장 판단하기 어려운 미묘한 페이스였다. 일반적인 말이라면 확실하게 망한다. 아이네스 후진의 실력이라 해도, 망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될 정도로 빨랐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은 이것이야말로 나카노 기수가 준비한 작전이었다. 도주마가 만드는 페이스는 너무 빠르면 자신이 힘이 다해 망해버리는 반면, 너무 늦으면 후속의 순발력까지 온존해버리는 결과가 된다. 너무 빠르지 않은 정도로 빠른 페이스라면 후속이 따라가기 위해 다리를 사용하고, 추격을 막는 결과가 된다. 그것이야말로 아이네스 후진이 선택해야만 하는 길이었다.
다른 기수들은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아이네스 후진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큰 장애물이 있었다. 그들의 뒤에는 직선에서의 말각에 거는 1번 인기인 뒷문의 늑대* 메지로 라이언이 있었던 것이다. 어중간하게 빨리 움직여 다리를 써버린다면 직선에서 해방되는 늑대의 말각의 희생양이 될 것이다. 그들은 한때의 경악감이 가라앉자 그걸 불안감으로 바꿔 마음속에 담아두며 아이네스 후진의 도주를 지켜보기로 했다. (* 門前の虎、後門の狼 = 앞문에 호랑이, 뒷문에 늑대 : 곤란한 일이 연속해서 발생함. ≒사면초가, 첩첩산중)
『에이지에게 당했다!』
하지만 정면 맞은편에서 겨우 아이네스 후진이 조금 페이스를 떨어뜨렸을 때, 이들의 불안감은 전율로 바뀌었다.
「에이지에게 당했다!」
2번째로 아이네스 후진의 다음 위치에 있던 카무이 후지에 기승한 고하라 히로유키 기수는 창백해졌다. 그는 페이스를 떨어뜨렸을 아이네스 후진이 완벽하게 합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도주하는 말이 지치는 것은 기수가 페이스를 줄이려고 하고, 달리려고 하는 말이 다투어서 소모해 버리는 것이 크다. 하지만 이 날 아이네스 후진과 나카노 기수에게는 전혀 그런 호흡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들은 이 시점에서 자신들이 레이스의 전개, 그리고 아이네스 후진의 실력을 잘못 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도주해낼 수 있다고!?」
그런 공포에 사로잡힌 것은 일류 승부사로서의 촉을 가진 기수들이라면, 오히려 당연했다. 정면 맞은편에서 제 3코너로 향하는 큰 느티나무 부근에서 간신히 카무이 후지가 차를 좁힌다. 그리고 또 한 마리, 회색털의 마체도 올라간다. 그때까지 3, 4번째로 추격하고 있던 타케 유타카 기수와 하쿠 타이세이였다.
빠르게 움직인 두 마리에게 끌려가는 것처럼, 후속도 올라간다. 아이네스 후진과 카무이 후지, 하쿠 타이세이의 차이는 점점 좁혀지는 듯했다. 그러나 첫 번째 실책을 만회하러 간 그들은, 그것이야말로 나카노 기수의 두 번째 함정이었다는 것은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두 번째 함정』
나카노 기수의 대도주에 한 번은 완전히 속은 후속 기수들이었지만, 빠르게 움직여 아이네스 후진을 따라잡으러 갈 때에는 당연히 이런 수읽기가 있었다.
「아이네스 후진은 처음부터 계속 숨을 고르지 않고 상당히 빠른 페이스로 달려왔다. 그렇다면 직선을 대비해 여기서 숨을 고를 것이 틀림없다. 여기서 따라잡는다면, 전반의 실책은 커버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을 증명하듯이 후속 기수들이 움직인 것은 마침 아이네스 후진이 스피드를 조금 떨어뜨린 것을 본 직후였다. 제 4코너 부근까지 숨을 골라준다면, 그때까지 어떻게든 따라잡을 수 있다.
그들 중에서도 가장 유력시됐던 하쿠 타이세이는 혈통적으로 거리 불안이 있다고 여겨졌다. 본래라면 일찍 가속을 거는 것은 마이너스다. 그럼에도 움직인 것은 일단 나란히 달리게 된다면, 그 후 직선까지 자신도 페이스를 늦추는 것으로 다리를 아낄 수 있다. 타케 기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아이네스 후진은 제 3코너를 돌았을 부근부터, 빠르게 재가속을 시작했다. 일단 느슨해진 것처럼 보였던 페이스는, 금세 원래대로 돌아가 버린다. 아니, 오히려 빠르다. 이래서는 빠르게 아이네스 후진을 따라잡으려고 했던 말들은 숨을 고를 때가 아니다.
제 4코너를 돌았을 무렵에 각 말에게 채찍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하쿠 타이에시에게도, 타케 기수의 혼신의 채찍이 날아간다. 하지만 전방에서 아이네스 후진의 이중함정에 빠진 말들에게는 더 이상 남은 힘이 없었다. 선행마들은 확실히 상태가 좋지 못하다. 그런데도 선두를 홀로 달리는 아이네스 후진의 다리만큼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쿠 타이세이도 사츠키상마의 오기인지, 어떻게든 아이네스 후진을 붙잡으려고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그 저항은 직선의 언덕에서 마침내 힘이 다해 주르륵 후퇴하며 마군에 가라앉아 간다. 아이네스 후진과 후속의 차는 이곳에서 순식간에 크게 벌어졌다.
『질풍과 격류』
레이스 중 거의 12초 전후의 랩 타입으로 주파하고, 여기서 마침내 라이벌 중 한 마리인 하쿠 타이세이를 뿌리친 아이네스 후진에게도 역시 한계가 다가오고 있었다. 혹은 하쿠 타이세이를 단번에 뿌리친 것이 그의 마지막 힘이었는지도 모른다.
나카노 기수는 레이스를 앞두고 과거 더비의 비디오를 반복해서 모았을 때, 어째선지 남은 100m 지점에서 선두에 서 있는 말이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고 그는 확신하기에 이르렀다.
「2300m 지점에서 선두에 서 있다면, 이기는 것은 내 말이다」
...전전년도 일본 더비의 2300m 지점에서는 승리한 사쿠라 치요노 오가 메지로 아르당에게 잠시 내쳐지고, 다시 제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마도 나카노 기수는 전전년의 레이스를 보지 않았는가 하는 반론과는 연이 없는 경지에 있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 없는가. 그뿐이었을 것이다.
이 날, 나카노 기수는 처음부터 「2300m의 레이스」를 했다. 시종일관 1펄롱 12.0초를 유지하는 경마, 그것은 2400m가 아닌 2300m의 레이스였기에 가능했던 「폭거」였다. 그때의 나카노 기수조차도 이 페이스 그대로 골까지 달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또 그런 것은 가능할 리도 없었다. 엄청난 스태미나로 여기까지 달려온 아이네스 후진이었지만, 여기서 한계의 벽에 부딪혔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마침내 다리의 상태가 순식간에 위태로워진 것이다.
그런 가운데 장내의 대함성은 한층 커졌다. 바깥에서 또 다른 적이 아이네스 후진을 덮쳐온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추격해 온 말들 속에서 말각이 자랑인 1번 인기마 메지로 라이언의 모습을 찾아냈다. 또 그에게 이끌려가듯 화이트 스톤, 츠루마루 미마타오도 올라오고 있다.
그들은 나카노 기수의 작전에 빠져 아이네스 후진보다 먼저 힘이 다한 하쿠 타이세이와 달리, 모두 전반에는 후방에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네스 후진의 대도주의 영향을 적게 받은 말들이었다. 그들은 아직 충분한 여력을 직선의 공방을 위해 남겨두고 있었다. 다리의 상태도 다르다. 그들은 선행마들을 나란히 달릴 새도 없이 앞질러 가며, 마장의 바깥쪽을 찌르며 한꺼번에 올라왔다. 그때까지 후방에 대기하며 말각을 온존하고 있던 그들이 마침내 봉인되어 있던 말각을 해방해, 힘이 다한 하쿠 타이세이 등을 격류처럼 삼켜 갔던 것이다. 이 격류의 남은 사냥감은 이제 단 한 마리밖에 없었다.
『한계의 벽을 넘어』
아이네스 후진 | 1990년 | 12.6-12.1-11.8-11.8-12.1-12.7 |
서니 브라이언 | 1997년 | 12.6-12.2-12.0-11.9-11.2-12.0 |
이번에는 서니 브라이언과의 후반 6펄롱 랩 타임의 비교다. 이 랩 타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때까지 정확하게 12.0초 전후의 랩 타임을 기록하던 아이네스 후진의 페이스는 최후의 1펄롱에서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처음부터 2300m를 달릴 생각으로 레이스에 임한 아이네스 후진은 마지막 1펄롱, 그것도 마지막 100m에서 완전히 다리가 멈춰 있었다.
아이네스 후진에게 이제 다리가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은 초보자가 보기에도 분명했다. 메지로 라이언의 뛰어난 다리는 금방이라도 아이네스 후진을 붙잡으려 하고 있다. 직선에서 뒤를 돌아보는 버릇이 있던 나카노 기수가 낌새를 느껴 무의식 중에 돌아봤을 때, 해방된 후문의 늑대의 송곳니는 바로 근처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격류가 쫓아간 질풍은, 그들에게 삼켜지기 직전에 빠르게 안전지대로 달려나갔다. 아이네스 후진은 선두로 골판을 달려나가, 최고의 무대에서 강적들을 꺾고 마침내 세대의 정점에 도달했다. 게시판에 빛나는 2분 25초 3, 레코드 타임의 불빛과 함께.
2분 25초 3이라는 타임은 단순한 더비 레코드가 아니라, 전전년에 사쿠라 치요노 오가 기록한 직후였던 레코드를 1초 0 단축한 경악의 레코드였다. 이후 토카이 테이오, 미호노 부르봉, 나리타 브라이언, 스페셜 위크 등 수많은 명마들이 아이네스 후진에 이어 새롭게 역대 더비마로서 그 이름을 새겼지만, 그런 명마들도 아이네스 후진의 타임에는 미치지 못한다. 9년 후인 99년에 어드마이어 베가가 겨우 같은 타임으로 나란히 서고, 04년에 킹 카메하메하가 2분 23초 3이라는 한층 더 다른 차원의 타임을 새길 때까지 아이네스 후진은 14년에 걸쳐 더비의 레코드 홀더로서 군림하며 그 이름을 찬란히 빛냈던 것이다.
『전설의 위닝 런』
골판을 선두로 달려나간 아이네스 후진은 제 1코너에서 제 2코너를 지나, 정면 맞은편 부근에서 겨우 멈췄다. 남은 것은 승자에게만 허락되는 최고의 명장면, 위닝 런이다. 스탠드에 있는 약 20만 명의 대관중은 나카노 기수와 아이네스 후진의 귀환을 기다렸다. 물론, 이들의 승리를 환호로 맞이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나카노 기수와 아이네스 후진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나카노 기수와 아이네스 후진은 정면 맞은편에 멈춰선 채 잠시 서 있었다.
나카노 기수와 아이네스 후진을 기다리던 대관중들 사이에서, 누구인지 모르게 성원이 날아든다.
「나카노!」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 승자를 불러들이는 듯한 성원이었다. 그러자 주위도 그 목소리를 따르기 시작했다.
「나카노! 나카노! 나카노! 나카노!」
과거 56회의 더비 역사 속에서 유례없는 기수에 대한 축복이 폭풍처럼 단 한 사람에게 쏟아졌다. 그리고 그 콜에 부름을 받은 듯 나카노 기수와 아이네스 후진이 돌아오자 대환성, 그리고 관중들의 열광은 정점에 달했다.
「나 카 노 ! 나 카 노 ! 나 카 노 ! 나 카 노 ! 」
마치 커튼콜로 명배우를 칭송하듯 도쿄 경마장에 울려퍼졌던 약 20만 명의 「나카노 콜」은 이윽고 「으앗!」하는 함성에 지워질 때까지 계속됐다. 지금은 G1 후에 시작돼도 그리 이상하지 않게된 콜이지만, 그 시작은 이때 자연스레 발생한 「나카노 콜」이다.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레이스를 펼친 승자에 대한, 당연히 주어져야할 칭찬이 갈 곳을 찾은 결과가 이 콜이었다. 어디선가 돌연 시작된 나카노 콜에는 젊은이들뿐 아니라 오래된 팬들도 「나카노가 아니라 에이지잖아」라고 억지를 부리면서도, 역시나 같이 콜을 외쳤다고 한다. 이때, 도쿄 경마장은 밑바닥에서부터 되살아난 남자·나카노 에이지라는 하나의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겨우 돌아온 나카노 기수는 좀처럼 위닝 런을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혼자서 남자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겠지」
라고 놀림 받았다고 한다. 그에 반해 나카노 기수는
「그건 일부러 했던 거에요. 그편이 더 그림이 되지 않을까 해서」
라고 대답했다고 하지만, 나카노 기수가 정면 맞은편에서 좀처럼 돌아오지 않은 이유는 훗날 밝혀졌다. 그것은 나카노 기수가 말한 퍼포먼스 같은게 아니라, 좀더 심각한 이유였던 것이다.
이 더비의 레이스 영상과 함께, 나카노 에이지 기수가 34년이 지나 1990년의 더비를 회고하는 영상이 있습니다.
참고하시면 좋겠네요.
※ 모든 열전은 원작자의 허락 하에 번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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