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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압감과 불안감과』
야요이상에서 4착으로 패배한 아이네스 후진이었지만 잘하지 못하는 불량 마장에 다리를 잡힌 것이 패인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그리 간단히 단념하지는 않았다.
사츠키상 (G1) 당일 단승 410엔으로 1번 인기로 지지받은 것은 아이네스 후진이었다. 팬들은 메지로 라이언, 하쿠 타이세이보다 아이네스 후진을 지지했던 것이다.
일생에 한 번밖에 나올 수 없는 클래식 레이스에서 1번 인기로 지지받는 것은 경마인에게 엄청난 명예이자 부담이기도 하다. 나카노 기수, 카토 조교사 등도 아이네스 후진에 대한 기대에 가슴이 설레는 반면, 그때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중압감과 싸우고 있었다. 평소와 같은 레이스를 하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 그렇게 믿은 그들이 택해야 할 길은 평소와 같은 싸움, 즉 스타트에 거는 것이었다.
하지만 운명은 아이네스 후진의 편이 아니었다. 스타트에 건 아이네스 후진에게 후회하고 또 후회하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팡파레 그리고 게이트로의 유도를 거쳐 어린 말들은 싸움의 무대에 불려갔다. 그 중에는 물론 아이네스 후진의 모습도 있었다. 나카노 기수의 생각은 어쨌든 자신의 레이스를 하고 싶다는 것. 그러나 그런 생각을 개의치 않고, 스타트와 함께 힘차게 뛰쳐나가려 했던 아이네스 후진은 갑자기 옆 게이트의 말에 부딪히고 말았다. 화이트 스톤이 게이트를 똑바로 나가지 못하고 사행했기 때문에 일어난 사고였다.
아이네스 후진은 이 충돌로 순간 크게 균형을 잃었고, 나카노 기수도 말을 바로 세우기 위해 순간 꽤 무리한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선두에 서서 도주하려고 생각하고 있던 나카노 기수에게 있어 이 상황은 중대한 오산이었다.
그리고 아이네스 후진이 있어야 할 위치에는 인기가 적은 후타바 아사카제가 있었다. 도주해 이길 생각이었던 아이네스 후진과는 달리, 밑져야 본전으로 이판사판의 단기 대도주를 한 것이다. 한편 아이네스 후진은 스타트 사고의 영향 때문에 레이스 중에는 2번째로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통한의 패배』
그럼에도 아이네스 후진은 제 4코너에서는 선두에 서서 단숨에 도주하는 것을 노렸다. 생각한대로의 경마가 아니더라도 승부처에서 자신을 바로잡아 계획대로의 경마로 전환하는 그의 실력은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힘이 다한 후타바 아사카제를 간단히 제치고 선두에 서서 골을 향해 달려가는 그 발걸음은 확실했고, 남은 거리 200m 지점에서는 아이네스 후진의 클래식 제 1관 제패가 눈앞에 보였다.
하지만 뒤쪽에서 아이네스 후진에게 하나의 하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마군을 빠져나온 하쿠 타이세이였다. 하쿠 타이세이는 강력한 발걸음으로 아이네스 후진과의 차를 한 걸음마다 좁혀, 마침내 나란히 달린다.
어쩌면 여기서 아이네스 후진에게 처음의 격돌 사고가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 아이네스 후진은 본래 두 마리가 나란히 선 상태에서 보여주는 투지에서도 비범한 재능을 가진 말이었다. 그러나 이 날에 한해서 하쿠 타이세이와 나란히 선 뒤 그 끈기의 빛이 사그라들었다. 하쿠 타이세이가 마지막의 마지막에 아이네스 후진을 잡아내며 목차로 앞질러 간 것이 영광의 골판이었다.
일단 손에 넣었던 영관(栄冠)은 골 직선에 스르륵 빠져나갔고, 아이네스 후진과 나카노 기수는 2착으로 패배했다. 승자 하쿠 타이세이는 아버지 하이세이코에 이어 사츠키상 부자 제패를 이뤄냈고, 패자 아이네스 후진은 자신 있게 임했던 클래식 제 1관을 잃었다. 스타트 직후의 사고도 있어 아이네스 후진의 관계자들에게 있어서 후회하고 또 후회할 수밖에 없는 패배였다.
『파문』
그러나 시계바늘은 승자에게도 패자에게도 평등해 결코 멈추지 않고 시간을 새겨나간다. 싸움의 무대는 나카야마에서 후추로 이동했고, 계절은 사츠키상에서 더비로 변해갔다. 팬들의 관심도 경마의 축제를 향해 새롭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비에서 가장 유력시된 것은 메지로 라이언이었다. 메지로 라이언은 야요이상을 제패하고 향한 사츠키상에서는 다리를 남기는 형태로 3착으로 패배했지만, 그 강력한 말각은 직선이 넓고 긴 도쿄야말로 살아난다고 생각되었다. 메지로 목장은 일본을 대표하는 오너 브리더*이지만, 아직 봄의 수말 클래식에는 연이 없었다. 메지로 목장에 있어 메지로 라이언의 도전은 비원의 더비 제패를 완수하는 천재일우의 호기였다. (* 마주 겸 생산자)
또 사츠키상마 하쿠 타이세이도 2관으로의 야망은 충분하다. 아버지 하이세이코가 거리 적성이 뛰어난 타케 호프에게 완패한 것도 같은 일본 더비다. 아버지와 같이 거리의 벽이라는 불안감은 있었지만, 안장 위에 젊은 천재·타케 유타카 기수를 새롭게 맞이해 아버지의 넘지 못한 벽을 깰 것이라 기대받았다.
그런 가운데 아이네스 후진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아이네스 후진의 혈통은 분명히 스테이어다. 아버지 시 호크는 당시 이미 천황상마 두 마리, 더비마 한 마리를 배출해내 스태미너가 충분한 명종마가 되어있었다. 모계에도 대대로 중후한 종마가 교배되어, 도쿄 2400m를 달려나갈 스태미나는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 반면, 불안도 있다. 3세 때에 G1 아사히배 3세 스테이크스를 레코드로 달려나간 아이네스 후진의 스피드는, 스테이어의 스피드가 아니지 않은가. 아이네스 후진의 혈통에는 너무 중후한 일족의 피에 스피드를 주입하기 위해 교배된 모부 테스코 보이가 들어가 있다. 시 호크보다 테스코 보이의 피를 짙게 물려받은 아이네스 후진은 테스코 보이에게 스피드를 이어받은 마일러이고, 그렇기에 더비는 거리가 너무 긴 것 아닐까..? 그런 의심도 언제나 던져졌다. 실제로 2관을 노리는 하쿠 타이세이를 관리하는 후세 타다시 조교사는
「더비에서는 메지로 라이언이 최대의 적이 된다」
라고 단언하며, 최대의 라이벌은 아이네스 후진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한 의문 속에서 사츠키상에서는 1번 인기라는 기대에 어긋나 2착으로 패퇴한 아이네스 후진 진영에는 미묘한 파장이 엄습하고 있었다.
「힘든 싸움인 일본 더비에서 나카노인 채로는 역부족이다」
「일본 더비에서는 더 실력 있는 기수를 태워야만 한다」
그런 목소리는 일본 더비가 가까워질수록 커져가 나카노 기수, 카토 조교사의 귀에도 들릴 정도가 되어 있었다.
큰 무대에서 기승 미스를 저지른 기수의 교체는 경마계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야요이상과 사츠키상에서의 패인이 과연 나카노 기수의 기승에 있었나 하면, 카토 조교사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야요이상의 패인은 불량 마장, 사츠키상의 패인은 화이트 스톤의 사행이며, 모두 나카노 기수의 책임은 아니다. ...그것이 카토 조교사의 생각이었다.
「에이지, 너 때문에 진 게 아니라는 건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어. 마지막까지 너에게 맡길 거니까」
한때 자기자신의 나약함으로 인해 주위의 신뢰를 잃고, 전락해 갔던 과거를 가진 나카노 기수에게 있어 어디까지나 자신을 신뢰해 주는 카토 조교사의 이 말만큼 기쁜 것은 없었다. 그리고 일본 더비에서의 기수 변경은 카토 조교사가 거부했기 때문에 중단되었다.
나카노 기수에게 있어 카토 조교사의 신뢰란 책임이 따르는 것이었다. 카토 조교사의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고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 그건 카토 조교사를 위해서라기보다 나카노 기수 자신을 위해서였다. 한번은 기수 실격으로 낙인이 찍힐 뻔했던 나카노 기수에게 아이네스 후진은 마지막 기회였다.
「빚을 내서 돈을 모아서라도, 아이네스 후진을 1번 인기로 해주고 싶다」
그렇게 말할 정도로 나카노 기수는 아이네스 후진에게 걸고 있었다.
나카노 기수는 일본 더비가 가까워짐에 따라 아이네스 후진을 이기게 하기 위해, 작전 연구에 몰두했다. 라이벌들의 레이스, 그리고 과거의 더비의 비디오를 모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 재생했다.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가, 어떻게 이길 것인가. 화면을 뚫어질듯이 쳐다보는 그의 표정은 그야말로 귀기 서린 표정이었다.
『특별한 날』
1990년 5월 27일, 제 57회 일본 더비 (G1) 당일. 이 무대에 서는 것이 허락된 것은 3년 전에 태어난 약 1만 2천마리의 서러브레드 가운데 선택된 불과 22마리 뿐이다. 그 안에서도 메지로 라이언, 하쿠 타이세이, 그리고 아이네스 후진의 「3강」이라 불리는 뛰어난 말들은, 그 실력이 한 단계, 두 단계 더 높은 것 같았다.
그리고 이 해의 더비에는 이전과는 다른 의미도 있었다. 이 날 스탠드를 가득 메운 약 20만의 대관중 속에는 예년보다 젊은 팬들, 특히 여성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사회현상이 된 오구리 캡의 쾌진격, 그리고 전년도 가을에 그의 라이벌들이 펼친 「헤이세이 3강」의 사투는 수많은 새로운 팬들을 경마장으로 불러들였다. 전년도 가을의 「헤이세이 3강」에 이끌려 관객석을 찾은 팬들에게 있어, 이 날은 처음 맞이하는 일본 더비였다.
하지만 이들이 성원을 보내는 것은 자신들고 가까운 세대인 하쿠 타이세이의 타케 유타카 기수와 메지로 라이언의 요코야마 노리히로 기수였다. 싸움의 무대로 아이네스 후진을 데려가는 나카노 에이지 기수에게, 인기가 적은 롱 아치에 기승하고 있던 미나이 카츠미 기수가 말을 걸었다.
「어이 에이지, 부탁이니까 젊은 애들한테는 지지 마라」
미나이 기수는 사츠키상에서 하쿠 타이세이를 이기게 했으면서도, 이 날 기승을 의뢰받는 일은 없었다. 이 날 하쿠 타이세이의 안장 위에 있는 것은 자신보다 15살이나 어린 타케 기수였던 것이다. 동년배의 나카노 기수는 미나이 기수의 분함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미나이 기수에게 히죽하고 웃어 보이고는, 대환성 속에서 생애 단 한 번의 가장 화려한, 그리고 가장 힘든 싸움으로 말을 나아가게 했다.
『도주에 승기 있으리』
팡파레가 울리자, 대환성은 한층 더 커진다. 하지만 나카노 기수는 가슴의 두근거림을 느끼면서도, 의외로 냉정함을 잃지 않은 자신을 발견하고 있었다. 1번 인기에 자신도 기뻐서 어쩔 줄 모르던 사츠키상 때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이 때가 되자, 사츠키상의 사고는 실은 냉정함을 잃고 있던 자신이 불러온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질 리가 없다」
자기자신에게 타이르면서, 그는 이번에야말로 사전에 생각한 작전을 어떻게 실행에 옮길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게이트는 열리고 레이스가, 싸움이 시작되었다. 스타트 직후 대시를 충분히 할 수 없었던 아이네스 후진이었지만, 나카노 기수와 호흡을 맞춰 곧바로 가속하자 순식간에 선두를 빼앗으러 간다. 마치 도주하지 못했던 사츠키상의 몫만큼 되찾으려는 듯한 기세였다.
다른 말들이 나카노 기수와 아이네스 후진의 기백에 눌린 듯이 선두를 양보하자, 아이네스 후진은 순식간에 1마신, 2마신차로 후속을 떼어놓기 시작했다. 나카노 기수와 아이네스 후진은 제 1코너를 지나 빠르게 주도권을 잡고 레이스를 지배했던 것이다. 여기까지는 사람들의 예상과 같았다. 아이네스 후진은 도주밖에 없다. 도주해야 승기가 있는 말이었기 때문에 이런 레이스 전개가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배당한 자들은 이후, 지배하는 자의 생각지도 못한 행동에 경악하게 된다.
※ 모든 열전은 원작자의 허락 하에 번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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