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3월 5일생.
1995년 6월 4일 사망.
수컷. 흑갈색 털. 유토피아 목장(노보리베츠) 산.
아버지 : 리얼 샤다이, 어머니 : 라일락 포인트 (모부 : 마루젠스키)
이즈카 요시지 구사 (미호).
통산 성적은 25전 6승 (3~7세 때).
주요 승리는 천황상·봄(G1) 2회, 킷카상(G1), 닛케이상(G2), 후요 스테이크스(OP).
(이 글은 열전마의 현역 당시 마령 표기에 따라 구 연령(세는 나이) 표기를 사용합니다)
『시대』
사람의 세상에 유행이 있듯이, 경마의 혈통에도 유행이 있다. 있다기보다 경제 동물인 서러브레드의 경우에 그 영고성쇠*는 사람 세상보다 훨씬 심하다. (* 사물의 성함과 쇠함이 서로 뒤바뀜. ≒흥망성쇠)
일찍이 영국 경마를 모범 삼아 성립된 일본 경마에서는 단거리보다 중장거리 레이스의 격식이 높았다.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마산계에서는 중장거리 레이스를 달릴 수 있는 스태미나와 정신력을 겸비한, 이른바 스테이어 혈통 종마의 인기가 높고, 반대로 단거리 레이스에 적합한 스피드 혈통의 종마는 인기가 낮아진다. 마산계가 종마를 도입할 때의 선정 기준은 그 말 자신이나 근친마의 중장거리의 큰 레이스에서의 실적이며, 또한 장거리 구간을 견뎌낼 수 있는 마체였다.
하지만 경마를 영국식 귀족의 취미에서 대중의 오락으로 바꾸어 하나의 큰 엔터테이먼트 산업으로 뒤바꾼 미국의 영향이 강해지자, 일본에서도 점차 중장거리에 치우친 레이스의 분위기는 희미해지고 단거리 레이스의 비중이 높아져 갔다. 명예를 중시하는 귀족의 취미에서 대중의 오락으로 변모한 새로운 경마에서는 미국적인 합리주의의 영향으로 1년에 몇 번 되지 않는 큰 레이스만을 위해 그 말이 가진 모든 것을 불태우는 중장거리 레이스의 가치는 쇠퇴해 갔다. 그 대신 대두된 것은 스타트부터 골까지 숨을 돌릴 틈조차 없는 격렬한 스피드로 보는 이들을 흥분시키고, 한 레이스를 마친 뒤에도 단기간에 회복할 수 있는 단거리 레이스였다.
근래가 되어서도 경마의 스피드화라는 흐름은 그칠 줄 모르고, 반대로 「단거리 편중」이라고 해야할 상황이 되고 있다. 마일이나 스프린트인 조건전이 급증하는 반면, 클래식 디스턴스 혹은 그보다 긴 레이스는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 흐름은 점차 중상 전선에도 밀려와 옛날 그대로의 스태미나가 풍부한 스테이어가 활약할 수 있는 무대는 적어질 뿐이었다.
경마의 레이스 체계가 이렇게 바뀌면 그에 맞춰 마산계도 바뀔 수밖에 없다. 종마의 세계에서도, 번식 암말의 세계에서도 스피드화의 파도에 대응할 수 있는 미국 혈통의 인기가 높아지는 한편, 일찍이 환영받던 스테이어 혈통은 버려지고, 잊혀지고, 그리고 사라져 갔다. 선데이 사일런스를 필두로 신시대의 종마가 잔디를 석권하는 가운데, 옛날 그대로의 스테이어 종마는 있을 곳이 사라져 갔다. 경마의 본고장인 영국에서도 이 경향은 짙어져 이미 클래식 삼관의 마지막 관문, 일본으로 말하자면 킷카상에 해당하는 세인트 레저 (영국 G1)는 유력마가 참전하지 않아 형식만 남고 가치는 사라졌고, 애스콧 골드 컵 등의 전통적인 장거리 레이스조차 그걸 이긴다는 건 오히려 「종마로서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라며 꺼려지게 되었다. 경마계의 최근 상황을 보면 일본 경마도 그런 본고장의 상황을 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스피드 경마가 지금까지의 경마에는 없는 매력을 갖췄던 것과 마찬가지로, 스태미나 경마에도 스피드 경마에는 없는 독특한 매력이 있었을 것이다. 스피드 경마가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보다 아주 조금 전의 시대에 우리에게 스테이어의 매력을 필사적으로 전하고자 했던 말이 있었다. 스테이어 수난의 시대 속에서, 사라져가는 스테이어로서 최후의 빛을 발했던 말이 있었다. 가혹한 장거리 구간을 견디는 스태미나, 불굴의 정신력, 기수와 일심동체가 되어 싸우는 순종성과 그 안에 숨긴 투지... 그런 스테이어로서의 미덕을 모두 갖춘 한 마리의 명마. 시대에 반역하듯 싸워나간 그의 삶은, 그의 존재를 말살하려는 듯한 시대 속에서 오히려 악역으로 취급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대중이 그의 매력을 알아차렸던 그때, 그는 시대의 파도에 삼켜지듯이 사라져갔던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끊임없이 저항했지만, 너무나 빨랐던 시대의 흐름 속으로 사라져간 그 말의 이름은 라이스 샤워라고 한다. 그는
「질주하는 말은, 푸른 산의 혼이 되어」
그렇게 새겨진 묘비와 함께, 자신의 추억의 장소인 교토 경마장 한 켠에 지금도 잠들어 있다.
『유토피아에서』
라이스 샤워가 태어난 것은 1989년 3월 5일, 장소는 노보리베츠에 있는 유토피아 목장이다.
유토피아 목장은 그 전신의 창업이 1941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오랜 역사를 가진 오너 브리더로, 옛날에는 1952년에 사츠키상, 더비의 2관을 제패한 쿠리노 하나를 배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이스 샤워의 어머니인 라일락 포인트도 거슬러 올라가면 쿠리노 하나와 마찬가지로 아이리시 아이즈를 시조로 하는 암말계에 속했다. 다만 그 암말계는 대체로 아이를 잘 낳지 못하는데다 쿠리노 하나 이후 산구의 성적도 결코 훌륭하지 못했다. 이 일족에는 오랜 역사 속 유토피아 목장에서 배출한 번식 암말도 있었지만 몇 대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그러나 유토피아 목장 사람들은 이 일족을 결코 내버리지 않고 목장의 기초 암말로 계속해서 남겨왔다. 2관마를 배출하며 목장의 긍지가 된 암말계는 유토피아 목장에게 있어 너무나 중요한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종마를 붙여나간다면, 언젠가 반드시 일류마를 배출해줄 것이다」
그런 생각은 대대로 번식 암말에 교배된 각 시대의 명종마들의 이름에 나타났고, 라일락 포인트도 오랫동안 일본 경마를 이끌었던 명종마 마루젠스키의 딸로 탄생했다.
『숨겨진 양혈(良血)』
라일락 포인트는 경주마로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남겼고, 중앙 경마에서 4승을 거뒀지만 목장에 돌아온 뒤 번식 성적에서는 라이스 샤워 이전에 3마리의 아이를 배출했지만 모두 대단한 성적은 남기지 못했다. 그러나 유토피아 목장의 사람들은 라일락 포인트의 잠재능력에 기대를 걸고, 리얼 샤다이를 교배하기로 했다.
리얼 샤다이는 통산 성적 8전 2승, 주요 승리는 도빌 대상전(프랑스 G2)로 그 전적을 보았을 때 화려함이 부족하다. 하지만 리얼 샤다이는 영국 더비마 로베르토의 중후한 피를 이어받아 노던 댄서의 피를 가지지 않은 이단의 혈통을 얻기 위해서 현역시절의 마주였던 샤다이팜이 일본에 도입해 왔다. 리얼 샤다이에게 기대되고 있던 것은 포스트·노던 테이스트 시대의 선봉으로서의 역할이며, 1988년 당시에는 이미 산구가 경마장에 데뷔하기 시작해 신시대의 주역이라는 선전이 현실이 되는 예감을 느끼게 하고 있었다. 참고로 이건 나중의 이야기지만, 리얼 샤다이는 라이스 샤워가 5세가 되던 1993년에 노던 테이스트를 꺾고 중앙 경마의 리딩 사이어가 되어 1982년부터 11년간 계속된 노던 테이스트 독재 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렇게 교배하게된 리얼 샤다이와 라일락 포인트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작은 흑갈색의 숫말은 후에 「관동의 검은 자객」으로서 관서 팬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그보다 더 후에는 「최후의 스테이어」로서 스테이어 시대의 최후의 빛을 발하는 숙명을 짊어진 남다른 재능의 명마 라이스 샤워였다. 본디 스태미나, 스피드를 겸비한 좋은 밸런스가 특징인 마루젠스키의 기질에 추가로 유럽 출신 스테이어의 피를 주입한 배합은, 저력이 가득한 장거리 성향이 분명했다.
『그 이름의 기원에』
다만 이렇게 태어난 라이스 샤워는 태어나면서부터 큰 기대를 짊어진 것은 아니었다. 갓 태어난 라이스 샤워는 마체는 밸런스가 잡혀 있었지만, 체격이 너무나 작고, 또한 체질, 다리 부분이 약했던 것도 있어 결코 거물이란 느낌을 풍겼던 존재는 아니었다. 육성 단계에서도 처음에는 같은 세대의 말들에게 오히려 뒤처졌고, 기대감보다는 「이 정도로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이 앞서는 말이었다.
라이스 샤워는 3세 봄 무렵이 되어서야 겨우 다른 말에게 뒤처지지 않게 되었고, 반대로 다른 말보다 앞에 나올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기뻐했으니 역시 평가는 평범했고 「의외로 달릴지도」라고는 들어도, 「이 말이라면 G1을 이길 수 있다」라는 레벨에는 닿지 못했다. 라이스 샤워를 맡은 이즈카 요시지 조교사의 평가도 비슷했고, 당시 라이스 샤워를 보고 내린 평가는 「중견 클래스까지 가면 베스트」라는 정도일 뿐이었다. 당시 이즈카 조교사는 라이스 샤워가 중상전선, 하물며 G1 클래스까지 출세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입구(入厩) 전부터 G1의 손맛을 느끼게 해주는 말은 일반적인 구사에서는 1년에 몇 마리 없다. 당시의 평가로도 중앙 경마에 데뷔하는 것은 충분했고, 라이스 샤워는 이즈카 구사에 입구해 경주마로서 데뷔하게 되었다.
참고로 「라이스 샤워」라는 마명은 유럽과 미국에서 결혼식 때 신랑 신부에게 주위에서 샤워하는 것처럼 쌀을 뿌리는 것에서 유래되었다. 이 풍습의 유래에 대해서는 정확하게는 남아있지 않고 쌀의 성스러운 힘으로 신랑 신부의 장래를 정화해 주기 위해서라는 그럴듯한 설도 있는가 하면, 단지 신랑 신부가 먹는데 곤란하지 않도록 한다는 매우 현실적인 설도 있다. 그건 차치하고서라도 후에 희대의 악역으로 그 이름이 알려지게 될 라이스 샤워에게, 경주 생활이 시작되며 붙은 이름의 기원이 이러했던 것은 뭔가 얄궃은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 모든 열전은 원작자의 허락 하에 번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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